두발규정 미준수·교칙 위반으로 격리 조치
타 지역에서도 두발규제로 위헌 소송 벌어져
일본에서는 때 아닌 '두발 자유' 논쟁에 불이 붙었다. 졸업식 날 흑인 아버지를 따라 레게머리를 한 혼혈 학생을 교칙 위반으로 졸업식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한 사건이 드러나면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구시대적 두발규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효고현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레게머리를 한 흑인 혼혈 학생을 졸업식 자리에서 빼고 쫓아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는 학생을 강당 1층이 아닌 다른 학생이 없는 2층에 격리했고, 이에 학생은 "졸업식에 참석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부모님과 함께 중도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곱슬머리를 깔끔히 다듬으려고 흔히 레게머리로 불리는 '콘 로우' 스타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은 미국에서는 흑인 어린이, 여성들도 하는 머리로 오히려 청결감을 주는 스타일이라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모도 이에 항의했으나 해당 학교의 교감은 "아드님 머리로는 졸업식에 참가시킬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이유를 물어도 "본인은 규칙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학생은 마이니치에 "졸업장을 받고 학교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사가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며 "속상했다. 이 머리 스타일은 흑인의 문화고, 아버지의 뿌리기도 하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두발규정을 어겼다며 교칙에 따른 것이라 밝혔지만, 마이니치 취재에 따르면 교칙에는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고등학생답게 청결하게 해야한다'고만 명시됐을 뿐이었다. 염색과 탈색 등을 금지하고 있으나 레게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구시대적인 발상인데다가 차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화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니치는 "미국에서는 머리카락 차별을 금지하는 '크라운 법'이 있다"며 "머리 모양을 이유없이 위반으로 규정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언급했다.
우치다 료 나고야대학 교수는 "교칙에는 명문화돼 있지 않은 애매한 것들이 많다. 교사 감각이나 재량으로 대응하다보니 그 폐해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세계화와 발맞춰 아이들을 억제하기 보다는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그간 있었던 두발 규제와 학생 인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2017년 오사카의 한 고등학생이 선천적으로 밝은 머리를 검게 염색하도록 강요받았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두발 규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3일 오사카의 명문 사립고의 두발 규정을 두고 오사카 변호사회가 개선 권고 조치를 내리며 더욱 불이 붙은 상황이다. 오사카의 세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앞머리는 앞으로 숙였을 때 눈썹에 닿지 않는 정도 길이로 한다’,‘ 반드시 귓가 전체를 다듬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을 명시하고 월 1회 두발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교칙에 명시하고 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퇴학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에 지난해 일부 학생들은 이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헌법 13조에 위배된다며 변호사회에 인권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풍토가 쉽게 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일본 공산당 도쿄도의회가 2019년 도쿄 도립 184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4개 학교 중 83.1%가 두발 규정을 교칙에 명시했으며, 이 중 15개교는 투블럭과 포니테일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천적으로 머리 색깔이 밝은 학생의 경우 '원래 머리 색깔이 밝다'는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도 존재했다.
이에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1년 6월 "교칙은 사회 상식, 시대상 변화를 감안해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각 지방자치단체 별 교육위원회에 공지했으나,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 변화를 이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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