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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걷다가 만난 변화무쌍한 구름…상상력과 영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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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걷다가 만난 변화무쌍한 구름…상상력과 영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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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구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 구름감상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의 선언문의 마지막 구절이다. 구름감상이 뭐가 대단하다고 협회까지 만들까. 단체 홈페이지에는 매일 세계 각지의 회원들이 찍은 구름과 이달의 구름이 게시된다.

2005년 설립된 이후 전 세계 120개국에서 5만5000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구름사진도 많다. 회원들에 뉴스레터도 보내고 ‘날마다 구름 한 점’(Cloud-A-Day)이라는 어플도 만들었다. 하늘을 가리키고 사진을 찍으면 어떤 구름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단체 설립자는 어릴 때부터 구름과 게으름을 즐겨온 개빈 프레터피니(Gavin Pretor-Pinney)다. 그는 영국 옥스포드대와 유명 디자인스쿨을 나온 뒤 디자이너 겸 작가로 일하다 1993년 친구와 함께 게으른(idle) 사람을 위한 잡지 <아이들러(The Idler)>를 창간했다. 아이들러의 모토는 "천천히, 즐겁게, 잘 살자"(Slow down. Have fun. Live well)이다. 구름을 업(業)으로 살면서는 최근 국내서 개정판이 나온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구름수집가의 핸드북>, 어플 이름이기도 한 <날마다 구름 한 점> 등을 펴냈다.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한 시민이 뭉게구름을 촬영하고 있다.구름분류상 뭉게구름 또는 쌘구름은 적운이라고 한다. 햇빛에 비친 부분은 하얗게 빛나며, 구름 밑면은 어둡고 편평하다. [아시아경제DB]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한 시민이 뭉게구름을 촬영하고 있다.구름분류상 뭉게구름 또는 쌘구름은 적운이라고 한다. 햇빛에 비친 부분은 하얗게 빛나며, 구름 밑면은 어둡고 편평하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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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터피니는 여러 저서와 인터뷰 등에서 구름을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고 구름에서 자연, 인생, 철학, 문화, 에술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면서 "명상은 물론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구름은 기체, 액체, 고체 등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기체인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온도가 떨어지고 이슬점에 도달하면서 수증기를 만든다. 이 때 생긴 작은 물방울(액체)과 얼음(고체)가 모여 구름이 된다. 구름이 무거워지면 비가 된다. 구름의 평균 수명은 10분으로 알려져 있다. 구름의 이같은 특징 때문에 구름은 명당이 따로 없다. 보고 싶은 구름을 찾을 수도 없다. 프래터피니는 "특정 시간에 어딘가에 가서 놀라운 구름을 볼 수는 없다"면서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열고, 하던 일을 멈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구름무늬를 닮은 생선 비늘을 확인하러 어시장을 답사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구름의 변화를 추적하고, 활공기에 몸을 싣고 호주의 대형 구름 모닝글로리를 따라 비행하기도 한다.


파도가 요동을 치는 듯한 구름. 2009년 6월 구름감상협회에 올라온 구름이다. 이후 아스페라투스 구름이라고 국제구름도감에 등재된다. [사진출처=cloud appreciation society]

파도가 요동을 치는 듯한 구름. 2009년 6월 구름감상협회에 올라온 구름이다. 이후 아스페라투스 구름이라고 국제구름도감에 등재된다. [사진출처=cloud appreciati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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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감상하다 새로운 구름종류를 만들기도 했다. 2009년 6월 이달의 구름에 올라온 사진은 파도가 치는 바다의 표면을 닮았다. 1970년대 프랑스의 전설적인 잠수부이자 생태학자인 자크 쿠스토의 이름을 따서 ‘자크 쿠스토 구름(Jacques Cousteau cloud)’리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다 전 세계의 회원과 방문자로부터 비슷한 사진제보가 쏟아지자 라틴어로 거칠고 고르지 못하다는 의미로 ‘undulatus asperatus’로 명명했다. 이후 2017년 국제구름도감에 실렸다. 이는 1951년 권운(새털구름) 이후 66년만에 국제구름도감에 추가된 사례였다.


프래터피니는 "구름을 보는 것은 뇌건강에도 좋다"고 말한다. 하루에 몇 순간만이라도 머리를 구름 속에 두고 공상에 빠진다면 정신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영혼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는 구름을 보면 뇌가 유휴모드 또는 게으름모드(idle mode)들어간다고 말한다. 챗GPT에 따르면 유휴모드는 뇌가 일을 하지 않을 때, 즉 특정한 작업에 집중하지 않고 휴식 상태일 때 발생한다. 유휴 모드는 뇌가 자유롭게 동작하고, 무의식적으로 아이디어를 처리하고 연결한다. 또한 이전에 겪은 경험과 지식을 재발견하고 다시 생각하는 데 유용하다. 때로는 유휴 모드에서 비선형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유휴 모드는 창의성과 아이디어 발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23 기상청 기상기후 사진전에 입선한 렌즈구름 사진. 사진제목: '제주도 도착, 그리고 렌즈운', 입상자: 김동민, 촬영지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촬영일 : 2022/06/23 12:23 [사진제공=기상청]

2023 기상청 기상기후 사진전에 입선한 렌즈구름 사진. 사진제목: '제주도 도착, 그리고 렌즈운', 입상자: 김동민, 촬영지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촬영일 : 2022/06/23 12:23 [사진제공=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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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터피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그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매일 올려다 봐야 한다면 인생은 따분할 것"이라면서 "구름은 하늘에서 마법의 현상처럼 보인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풍부한 은유로 작용한다. 구름은 대기의 얼굴 표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구름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는 매번 같은 말을 해준다. "그곳? 당신의 뒷마당이에요."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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