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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코로나 이후 사람들 걸음걸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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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현대인이 빨리 늙는 가속노화 현상 겪어
과도한 영상 시청도 마약 중독과 같은 위험성 지녀
노화 막기 위해서 충분한 수면 취해야
시중 항노화요법 대부분은 효과 없어

현대인의 수명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 100세 시대란 말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눈앞의 일로 다가왔다. 하지만 늘어난 수명을 건강하게 누릴지는 미지수다. 현대인이 추구했던 편리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상의 홍수 시대에 과도한 자극에 노출된 뇌가 중독 현상을 일으켜, 더 강도 높은 자극을 탐닉하며 정신건강을 해치는가 하면, 스마트폰이나 이동 수단의 발달은 오히려 인간의 이동성을 제한하며 신체 발달을 제한한다. 그에 따른 폐단은 다양하다.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이곳저곳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어느 젊은이는 이른 치매 증상을 염려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는 이를 ‘가속 노화’라 명명한다. 원인을 두고 그는 현대인의 먹고, 쉬고, 움직이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현대인은 초가공식품에 중독돼 체내 축척 에너지는 과잉 상태지만 신체 활동이 낮아 부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끊임 없는 자극에 뇌는 녹초 상태라고 우려한다. 그에 관한 해결책으로 항노화 요법을 시도하는 이들에겐 삶의 본질적 변화 없이는 백약이 무용하다고 조언한다. 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생활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라고 말하는 정희원 전문의에게 노화의 속도 조절법에 관해 들어봤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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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빠르게 늙는 이른바 ‘가속 노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화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요인은 식사, 체중, 술, 담배, 만성 스트레스, 수면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 발달로 가속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됐는데, 젊었을 때의 생활 습관, 삶을 대하는 태도, 인생에서 중시한 것들이 노화 시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 주요한 사례를 하나 들어 설명해줄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 노화 인자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폰이 1위일 거다. SNS를 통한 상호 비교가 스트레스를 높이고 우울감을 악화시킨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크린 사용 시간 증가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이고, 대사 지표를 악화시키며, 자제력을 떨어뜨린다. 근골격 건강도 무너뜨리는데, 특히 코로나 전후로 사람들의 걷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코어 근육이 사라지고 고관절이 굳어서 엉덩이와 무릎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근골격계 노화가 깜짝 놀랄 정도로 심해진 게 눈에 띈다.

- 스크린 사용 중에서도 숏폼 영상 시청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숏폼 등의 영상 콘텐츠는 중독 알고리즘으로 도파민을 만드는 합성마약과 같다. 요즘 식품 회사가 단맛, 짠맛, 기름맛 세 가지를 섞어 중독성이 강한 초가공식품을 내놓는 것과 유사하다. 새로운 자극에 노출될 때 보상 호르몬을 얻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요즘은 이런 자극이 극에 달했다. 자연환경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자극을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얻게 되면서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좇는 상황에 놓였다. 마약이 무서운 건 강력한 자극에 노출되고 난 이후에는 일상생활 자극에서는 보상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숏폼 역시 중독되면 정상적 생활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 갈수록 불면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도 영향이 있을까.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4당5락(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성취를 위해 잠을 줄이는 걸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오히려 잠을 한 시간 더 잘 때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수면 부족은 초강력 가속노화 인자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로 확인됐다. 실제로 하룻밤을 새우면 면허취소에 가까운 혈중알코올농도(0.08%)의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 수면 부족 누적도 마찬가지다. 10일간 평소보다 잠을 적게 잔 사람은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집중력을 보인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심근경색 사망률을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만성 수면부족은 인지기능에 관범위한 악영향을 끼쳐 치매 우려를 높인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부족은 치매 발병을 10년 앞당긴다.


-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나.

▲2015년 WHO(세계보건기구)가 ‘내재 역량’이라는 새로운 건강개념을 제시했다. 몸 건강, 마음 건강, 사회적 역량, 재산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개념인데, 삶의 질을 지키면서 노년의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게 균형이 이뤄야 하고, 그럴 때 노화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때 일부의 문제로 유기적인 결합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소개한 것이 4M(이동성·마음건강·육체건강과 질병·자신에게 중요한 것) 건강법이다. 도파민 리모델링이나 디폴트모드네트워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도파민 리모델링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도파민 리모델링 일지’와 ‘도파민 자극원 목록’을 쓰면 된다. 어렵지도 않고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콜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언제 당기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냥 목이 말랐던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기록하면 된다.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콜라를 마시고 싶을 때 아, 내가 지금 무언가 결핍감을 느끼고 있구나,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지행동치료와 유사한데, 무조건 ‘하지 말아야지’라고 억누르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억누르면 반작용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악순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대개 2~3주년 효과를 볼 수 있고, 2~3개월이면 인지, 정서, 체형에 광범위한 변화가 나타난다. 삶의 요소는 유기적이기에 이런 도파민 리모델링 습관은 자연스럽게 뇌 회복과 신체 통증 경감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 디폴트모드네트워크를 안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디폴트모드네트워크는 신경과학에서 뇌가 특정 활동을 하지 않고 쉴 때 활성화되는 영역을 지칭한다. 전화벨이나 메신저 알림 등 외부 정보에 반응할 수 있는 약간의 긴장 상태다. 그 자체로는 필수 요소지만 문제는 현대인의 뇌에서 디폴트모드네트워크가 크게 왜곡됐다는 데 있다. 메일함, 메신저, 웹브라우저 여닫기를 반복하면서 정작 집중해야 할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뇌 상태가 ADHD 환자와 유사해진다. 집중력이 낮아지고 화가 잦아지는데, 이럴 땐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게 좋다. 명상의 핵심은 시종일관 노출됐던 해로운 자극 대신 바로 그 순간을 느끼는 것이다. 거창한 자세를 취하거나 경구를 외우지 않아도 된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호흡과 서 있는 자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실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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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 항노화 요법이 많은데 신뢰해도 되나.

▲국내에서 이뤄지는 항노화 요법 중 수명을 연장하거나 노쇠나 내재 역량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사례는 없다. 가장 흔한 게 수액 요법인데 항노화 효과는 차치하고 오히려 유해한 경우가 많다. 그 정도의 전해질과 영양분은 보통 사람이라면 한 끼 식사의 0.5인분 정도로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항산화 물질도 마찬가지다. 운동이 전제돼야 한다. 운동을 통해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를 소모하면서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나 세포 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 노화를 지연하는 건데, 운동 없이 항산화 물질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오히려 일부 항산화 물질은 암 발병이나 사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외에 줄기세포니 킬레이션이니 혈액정화 같은 것도 생물학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거나 수명을 연장하지 못한다. 기사나 광고에 혹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미국국립노화연구소 등에서 노화 지연 효과가 입증된 물질은 대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일반인이 살 수도 없다. 항노화 물질 구매는 대부분 상술에 헛돈 들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권면의 한 말씀 전하자면.

진료를 마무리할 때쯤 '그런데...' 라고 이야기하는 분 중에 '몸에 좋다더라는 뭔가'를 먹어도 되는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사실 그분들도 아실 거다. 가장 본질적인 방법은 삶 전체의 개선이다. 실제로 8만여명을 대상으로 20세부터의 수명을 조사한 캐나다 연구에서 신체 활동, 식사, 술, 담배 요인이 8년의 수명을 좌우했다. 50세를 기점으로 잡고 ‘적정 체중’ 요소를 더해 진행한 미국 연구에서는 13년의 효과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몸에 좋다는 뭔가에 집착하는 건 고통을 최소화하고 당장 편하게 살면서 쾌락의 정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진정한 생활 습관 개선은 평화로움을 오래 느낄 수 있는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작은 미미해도 일단 변화가 보이면 복리 효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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