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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프랑스의 정체성'까지 건드린 마크롱의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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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연금개혁이 결국 성공했다. 이로써 프랑스의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2세에서 64세로, 보험료 납부 기간은 42년에서 43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금 수령 나이를 60세에서 62세로 늦춘 지 13년 만의 변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안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하원 표결을 생략할 수 있는 대통령의 특별 권한을 이용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정치적 후폭풍은 대단하다. 연금개혁에 반대했던 국민들의 저항은 여전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도는 28%까지 곤두박질쳤다.

연금 개시 연령을 2년 늦추는 것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왜 저렇게까지 민감할까. 프랑스인들에게 연금은 연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금개혁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에서 은퇴와 관련한 싸움은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는 기사를 썼다. 프랑스에서 은퇴에 대한 애착은 역사와 정체성, 사회적 자부심, 힘겹게 쟁취한 노동권을 건드리는 매우 복잡한 이슈라는 것이다.


[시시비비]'프랑스의 정체성'까지 건드린 마크롱의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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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의 역사는 1673년 루이 14세 재임 당시 재무장관이던 콜베르가 상이해군연금기금을 설치해 직업 군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시대가 흐르며 연금 대상은 성직자, 공무원 등으로 넓혀졌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1945년 국민저항위원회가 출범하며 현대식 연금제도가 탄생했다. 당시 완전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퇴 나이는 65세였다. 이후 사회주의 운동이 거셌던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연금 수령 시기를 60세로 낮췄다.

이때부터 프랑스인들에게 여유로운 은퇴에 대한 꿈은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현재 프랑스 평균 연금 수령자들은 은퇴 이전 수입의 75%를 받으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프랑스 은퇴자들의 4.4%만이 빈곤선 아래에 있다. 이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주 35시간 근로제와 함께 조기 은퇴는 프랑스에서 하나의 국가적 신화가 됐다"며 "프랑스인들에게 더 오래 일하도록 강요하는 그 어떤 시도도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1995년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려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금개혁 이후 정권을 내줘야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가 도달하면서 연금은 프랑스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프랑스 연금 재정은 올해부터 18억유로 적자가 예상된다. 2030년에는 적자 규모가 135억유로까지 늘어난다. 연금에 지급하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5.9%까지 늘었다. 프랑스에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보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했다"고 외친 이유다.


프랑스의 연금개혁 과정은 최근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올해 초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보다 국익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강희종 콘텐츠매니저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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