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조정권고에 따라 증여세 불복소송을 취하한 납세자가 재산정·부과된 양도세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세무당국의 이번 양도세 부과가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이 지나 이뤄져 위법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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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A사의 창업자 정모씨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경영난을 겪던 A사는 2009년 12월 권면총액 8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발행 당일 BW는 금융사에 전부 판매됐고, 이튿날 금융사는 권면총액 40억원의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증권사에 팔았다. 같은 날 정씨는 증권사로부터 1억6000만원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모두 사들였다. BW가 발행되고 이틀 만에 진행된 일들이었다.

2012년 3월 A사는 상장폐기 가능성이 제기돼 주가가 1116원에서 733원으로 하락했다. 정씨는 그해 10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A사 주식 517만4640주를 취득했다. 그는 그해 말까지 주식들 전부를 코스닥시장에서 장내 매각했다.


정씨는 자신이 주식을 취득하던 과정에서 185억9700만원의 증여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고, 79억4118만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했다. 세무당국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듬해 "신주인수권을 사들였을 뿐 신주인수권을 증여받은 것이 아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증여세 불복소송을 심리한 1·2심은 "정씨가 우회 거래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했다"며 정씨 패소 판결했다. 신주인수권 거래가 단기간에 이뤄진 만큼, A사 내부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던 정씨가 신주인수권 매수과정에 관여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정씨가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은 금융사와 증권사가 각자의 사업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거래를 한 결과"라며 "정씨에게 무상으로 부를 이전하거나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에선 조정권고에 따라 세무당국이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고, 정씨도 소를 취하하면서 소송이 종료됐다.


2020년 1월 용산세무서는 정씨에게 19억3600만여원의 양도세를 재산정·부과했다. 정씨는 이 처분에도 불복하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양도세 불복소송을 심리한 1심은 정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선행 재판에 따라) 주식 매도로 인한 이익은 양도세에 포함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구 국세기본법상 세액을 신고하는 국세는 세액 신고서 제출기한의 다음날로부터 5년이 만료된 날 이후엔 부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양도세 확정 신고기한은 2013년 5월31일이었기 때문에, 신고기한 이튿날인 2013년 6월1일부터 5년 내 이 사건 양도세 부과 처분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취지다.


세무당국은 "선행 재판에서 증여세를 부과세할 수 없다는 판단이 이뤄져 확정됐다"며 이에 따라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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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이뤄진 조정 권고에 따라 정씨가 소를 취하했으므로, 증여세 부과처분과 관련한 확정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무당국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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