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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SVB 사태와 중국의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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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중국몽의 이념으로 확립시킨 계기는 무엇일까. 많은 국내외 학자와 지중파(知中派)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목한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자부심이 차오르던 와중, 미국에서 터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는 경제 위기를 겪었다.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이 자유시장경제의 관리와 단속에 실패하면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중국은 조용히 웃었을 것이다.


도미노 부실로 고용과 실물경제가 무너지던 당시 중국은 4조위안(약 757조원)의 막대한 재정을 풀어 소비를 끌어올리고, 금리 인하와 대출 요건 완화를 전격 결정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따르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여야 간 당파싸움으로 결정이 늦어지며 순환 권력의 한계를 노출하던 때에도 중국은 공산당의 빠른 결정과 순간적 이행으로 사회주의의 이점을 최대치로 발휘했다. 2009년 세계 경제가 고꾸라지는 동안 중국은 8.9%의 성장률을 보란 듯이 기록했다.

그 이후로 민주주의를 절대선, 사회주의를 후퇴한 전체주의로 보는 시선은 잠시 잦아들었다. 서방 국가에서마저 중국을 구세주로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을 미국의 바로 옆자리에 붙이며 'G2'라는 표현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최근 금융시장을 강타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의 태도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SVB 사태는 미국 중소 지방은행의 연쇄 도산 우려를 키운 데 이어, 가뜩이나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유럽계 투자은행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위기설 진압을 위해 "자신의 예금이 필요할 때 언제든 인출 가능하다고 확신해도 좋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전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의 힘이 다시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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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측근 위주의 3기 최고지도부를 무사히 출범시킨 직후 당과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금융 시장 통제권을 더욱 틀어쥐었다. 지난 16일에는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중앙금융위원회라는 당 조직을 신설해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왕펑 베이징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중앙금융위 신설은) 더 높은 수준으로 금융 및 기술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라면서 "미국 SVB 붕괴 사태에 비춰, 이번 개편 발표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GT는 자국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택한 금리 인상을 겨냥,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재정 위험도 초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정치·외교를 막론하고 긴장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SVB 사태는 중국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양국 간 관계 악화로 최근 2년간 중국 본토 스타트업의 달러 투자 의존도는 때마침 크게 줄었다. 중국은 2008년을 곱씹으며 표정 관리를 하는 듯하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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