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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판 리먼사태 막자'…크레디트스위스에 70조원 긴급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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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처한 유럽 최대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최대 70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유동성 한계 상황에 내몰린 CS의 구제 요청에 만 하루도 안 돼 전격적으로 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에 이어 CS 파산 우려가 부각되면서 제2 리먼 공포가 확산하는 것을 조기 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CS는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40억달러(약 70조7400억원)를 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SNB과 금융감독청(FINMA)이 전날 공동 성명을 통해 CS의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힌 지 몇시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로써 CS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주요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당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은행이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SVB 붕괴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날 CS 주가는 장중 한때 30.8%까지 폭락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의 주요 은행주 주가가 연쇄 급락세를 연출하는 등 금융권 전반으로 빠르게 위기가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CS의 주가 급락은 최근 공개된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내부 통제 미흡 등 회계상 ‘중대한 약점’이 발견되면서 재무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이 ‘유동성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 단초가 됐다.


당국의 자금 수혈 결정은 현재 CS의 재무 상황이 '최악은 아니다'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긴급 수혈로 단기 위기를 모면할 경우 파산으로까지 내몰릴 위험성은 낮아진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앞서 당국은 "CS 증시 내 가치와 부채 상품의 가치는 지난 며칠간 (SVB 사태로 인한) 시장 반응에 영향을 받았다"며 SVB의 파산 사태에 따른 불안심리가 CS 주가와 채권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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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수혈로 위기를 모면한 CS가 사실상 기업 해체 수준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JP모건은 금융당국이 CS의 소매금융 및 자산관리 부문의 예금을 보증하는 대신 IB 부문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예금 전액 보증과 IB 부문 매각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CS가 IB 사업을 분할하며 월가에서 경쟁해 온 지난 30년간의 노력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CS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CS의 지분을 매입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현지 경쟁사인 UBS로의 인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UBS가 CS의 소매금융 부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 일부를 나머지 부문의 구조조정 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856년 스위스 철도와 전기설비 등 건설 사업에 자금을 대기 위해 설립된 CS는 1900년 들어 소매금융에 진출, 1990년대 들어 퍼스트보스톤 인수를 시작으로 IB 부문의 활발한 M&A로 사세를 키워 왔다.


한편, 글로벌 금융 시장에 연쇄 위기가 닥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CS의 위기는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리먼의 순간’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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