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피벗은 아직…향후 근원물가 흐름 중요"

박기영 금통위원 "SVB·CS 충격 주시…새 프레임워크 가져갈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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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충격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국은행의 맨데이트(권한)인 물가·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로 고려할 생각이다."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은 16일 한국은행 삼성본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SVB와 CS 충격이 국내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중소은행인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잇따른 붕괴에 이어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은 고조된 상황이다. 미 당국이 모든 예금을 보호해주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세계 9대 IB로 꼽히는 CS까지 위기설에 휩싸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박 위원은 SVB와 CS 사건은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금통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통화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5차 방정식이었다면,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8~9차 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며 "SVB 사건이 CS사건으로 확산된 지금으로서는 시장 상황을 더욱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SVB 사건이 터졌을 때 처음에는 안전자산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갖고 있는 은행이 망했다는 점에서 이해를 못했는데, SVB는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임에도 이자율 헤지를 안하는 등 교과서적인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시그니처은행의 경우도 로비를 통해 규제를 빠져나가려 하는 등 총제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번 사태가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고 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에서 미국 정부가 예금 전액보호 등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전격 시행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있나 점검해야 한다"면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보수를 회수할 수 있는 등 규제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이번 사태가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SVB와 CS 불씨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의 맨데이트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로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CS가 이날 시장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가운데 박 위원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편다면 어떤 목적인지 분명히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면 일시적으로 통화와 유동성이 늘어나겠지만 사태가 해결되면 바로 원상 복구해야 한다"며 "유동성을 푸는 정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시장과 정확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발 위기감이 확산된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박 위원은 "물가안정 목표(2%)가 확실해진다면 피벗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피벗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향후에는 근원물가의 흐름을 더욱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박 위원은 "3월이 되면 물가상승세가 많이 둔화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기저효과"라며 "트렌드가 꺾였나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떨어진 것은 좋은 뉴스지만 3월 데이터까지는 좀더 봐야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근원물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위원은 "최근 들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중앙은행의 대중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언론을 매개로 이뤄지므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 보도 내용은 경제적 의사결정과 밀접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받는 만큼 통화정책 효과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정에 적합한 소통 전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대상에 따라 차별화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경우 인플레이션 리포트에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고등학생 수준)의 서술을 추가한 결과 방문자수가 늘어나고, 정책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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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 부임 후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지침) 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위성 측면에서 정보를 주는 방향은 맞고, 구두상 점도표 시도가 처음 있었지만 양적인 숫자를 더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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