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동결 '판단미스' 여론 쏙 들어가
美SVB 파산에 Fed조차 금리동결 가능성↑
"빠른 동결 결정으로 시장 부담 줄어들어"
다만 불확실성 큰 만큼 섣부른 단정 힘들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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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멈춘 한국은행의 판단이 결론적으로 옳았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한은의 '판단 미스' 여론이 커지기도 했는데, SVB 파산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SVB 사태와 Fed의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단언할 수 없는 만큼 한은의 동결을 평가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한은 금리동결 옳았나?…쏙 들어간 '판단 미스'

15일 금융시장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Fed가 오는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을 고려해 긴축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Fed가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는데, SVB 파산 이후엔 0.25%포인트 인상으로 쉬어갈 것이란 예상이 더 많아졌다. 고강도 긴축으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Fed 입장에서도 물가안정만 외치며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Fed의 금리동결이나 금리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 등은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했다"며 Fed가 이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은 무려 45.4%에 달한다. SVB 주가가 급락하기 전인 이달 10일까지는 동결 전망이 0%였다.

이 때문에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동결을 결정한 한은 금통위의 판단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약 1년반 만에 동결했는데, 당시만 해도 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렸다. 특히 금통위 직전 129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만에 1326.6원까지 치솟고,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도 커지자 한은의 판단 미스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확대됐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한은이 SVB 파산 등 미국 금융시장 불안을 예견하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동결 타이밍이 좋았다는 분석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에는 SVB 파산 전이었고 한은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동결한 측면이 있지만 이날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전망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은 맞다"며 "한은으로선 금리를 더 인상할 요인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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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장' 불확실성 여전…"상황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직 SVB 사태에 따른 파장이나 Fed의 금리 결정 등 불확실성이 커 긴축 중단이 대세라고 보긴 힘들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채권시장의 거물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고수할 경우 고금리 기조가 더 오래 지속되며 경기가 둔화되고 Fed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Fed는 이번 FOMC에서 0.50%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을 멈추면 물가도 못잡고 경기도 둔화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Fed가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물가를 잡기 전까지 긴축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동결 전망을 낸 골드만삭스나 바클레이스도 이번달 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SVB 파산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는 긴축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미국의 추가 긴축으로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차가 더 벌어지거나, 안전자산 선호로 국내 증시 자금이탈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진다면 한은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


SVB 사태로 주요국 증시가 대체로 하락하는 등 혼란이 크지만 대규모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는 "SVB 파산 이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고 추가 긴축이 힘들어진 것은 맞다"면서도 "일단은 SVB 파산이 다른 금융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봐야하는데, Fed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인상이나 속도조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물가도 변수로 꼽힌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올라 지난 1월(6.4%)보다 오름폭을 줄였지만,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0.5%로 오히려 1월(0.4%)보다 확대됐다.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둔화되는 모습이나, 근원 CPI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Fed가 조금씩이라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렇게 되면 한은 입장에서도 금리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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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역시 금리동결은 향후 흐름을 지켜보기 위한 '숨 고르기'일 뿐 긴축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금리동결은 긴축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물가 경로나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와 달리 이제는 (Fed보다는) 국내요인, 물가 패스를 주로 보고 (통화정책을)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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