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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봄을 만나고 싶다면, 구례 ‘산수유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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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사랑을 찾아서'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
구례 산동마을 가득 산수유꽃 향연…첫봄 알리는 '전령사'
닭사시미·재첩국 등 독특한 지역 별미로 즐거움 선사

붉은 열매와 대비되는 샛노란 꽃망울, 갓 피어난 산수유꽃과 시린 겨울을 견딘 붉은 열매를 연인에게 건네는 풍습은 전남 구례의 오랜 전통이었다. 꽃말 ‘영원불멸의 사랑’을 품은 구례의 산수유꽃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자리매김했다. 벚꽃도, 매화도 산수유의 선수(先手)를 당해내지 못한다. 노란 산수유꽃이 구례 산동 일원을 가득 메우면, 비로소 ‘봄이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중단된 축제 재개 소식에 모처럼 상춘객 맞이에 나선 산수유꽃이 더 설레서였을까,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지금 구례는 조금 이르게 꽃망울을 틔워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이 생동하는 봄기운을 곳곳에 전하고 있다.

산수유는 잎이 나오기 전 이른 봄날 다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샛노란 꽃을 피운다.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 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다. [사진제공 = 구례군청]

산수유는 잎이 나오기 전 이른 봄날 다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샛노란 꽃을 피운다. 작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 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는다. [사진제공 =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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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동안 이어진 '영원불멸의 사랑', 가장 먼저 봄 알리는 전령사로

구례 산수유의 역사는 열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 년 전 중국 산둥성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가져온 산수유를 새 보금자리에 심었다는 전설이다. 조선시대 문헌인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 동국여지승람, 승정원일기 등에도 구례에서 재배한 산수유 공납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어 유구한 역사를 뒷받침한다.


전설 속 나무가 천년을 살아남아 시목이 됐고, 이곳에서 마을의 제사도 지내며 땅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했다는 마을 이야기도 전해진다. 산동면의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이 전설의 주인공인 시목 ‘할머니 나무’가 우뚝 서 있다. 높이만 16m, 뿌리목 둘레만 4.8m에 이르는 이 나무는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맨 먼저 꽃을 피우며 계절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고 있다. 맞은편 달전마을엔 수령 300년, 높이 6m의 할아버지 나무가 질 수 없다는 듯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를 주제로 19일까지 구례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사진제공 = 구례군청]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를 주제로 19일까지 구례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사진제공 =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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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막한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를 주제로 19일까지 구례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3년간 열리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올해 축제는 걷기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마술쇼와 버블쇼, 산수유 씨와 과육을 분리하는 체험행사인 산수유 열매 까기 대회 등 40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상춘 여정에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계척과 달전에 이어 19번 국도 너머 현천마을은 MBN 예능 ‘자연스럽게’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렀다. 마을 한복판 저수지에 비친 노란 산수유꽃 풍경에 사로잡힌 사진가들과 여행객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반곡마을 군락지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서시천 물줄기와 산수유나무 사이로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한’ 만복대를 올려다보면 자연이 칠한 그러데이션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산수유 마을은 상위마을, 하위마을, 월계마을, 대음마을, 반곡마을, 평촌마을, 원좌마을, 상관마을, 중동마을, 사포마을, 현천마을, 원동마을까지 산동의 각 마을을 품는 하나의 대표주제가 됐다.


산수유 농사로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고 하여 '대학 나무'로도 불렸던 구례 산동 산수유는 지역 주민의 생계원이자 관광자원으로 오랜 시간 그 곁을 지켜왔다. 2014년 정부는 산동 산수유 농사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며 보전 가치를 인정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산수유는 지리산이 준 선물이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선조의 유산"이라며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화엄사 홍매화, 구례300리 벚꽃, 섬진강 갓꽃 등 봄철 내내 구례의 꽃길을 걸으면서 봄 정취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당골식당’에서는 닭사시미를 만날 수 있다. 닭구이가 나오기 전에 상에 오르는 닭사시미는 갓잡은 닭의 살코기와 근위, 껍질을 마늘로 양념한 요리로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당골식당’에서는 닭사시미를 만날 수 있다. 닭구이가 나오기 전에 상에 오르는 닭사시미는 갓잡은 닭의 살코기와 근위, 껍질을 마늘로 양념한 요리로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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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닭 사시미부터 30년 내공 재첩국까지…밥상서도 흐드러진 구례의 ‘맛과 멋’

구례만의 독특한 먹거리도 산수유꽃과 더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수유축제 행사장 인근인 좌사리 ‘당골식당’에서는 닭 사시미를 만날 수 있다. 닭구이가 나오기 전에 상에 오르는 닭 사시미는 갓 잡은 닭의 살코기와 근위, 껍질을 마늘로 양념해 나오는데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한 식감이 육회와 생선회 사이 새로운 날것의 맛을 선사한다. 이어 나오는 메인요리 산닭구이는 담백한 맛과 향이 매력적이다. 회와 구이로 살을 발라낸 닭뼈를 삶아 끓인 닭죽이 나오면 하나의 코스가 완성된다. 산에 풀어 키운 닭을 갓 잡아 요리하는 ‘산닭구이’ 코스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함께 곁들이는 분홍빛 산수유 막걸리와도 궁합이 좋다.


산수유마을과 함께 구례의 명소로 꼽히는 섬진강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나는데, 그중에도 재첩이 발군의 맛을 자랑한다. ‘섬진강재첩국수’는 30년 내공의 가게로 푸드트럭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른 지역의 숨은 맛집이다. 재첩국에 중면을 삶아 송송 썰어낸 부추를 얹은 재첩국수는 깔끔하면서도 육수의 깊은 맛이 목에서 먼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재첩국 정식은 작은 국수와 고소하게 무친 재첩 초무침에 비벼먹는 밥에 열다섯가지 밑반찬이 한 쟁반에 담겨 푸짐한 한 끼를 책임진다. 식당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밀려드는 손님 행렬에 바쁜 일손을 짐작게 한다.

끝자리 3일과 8일에 열리는 구례 오일장. [사진제공 = 구례군청]

끝자리 3일과 8일에 열리는 구례 오일장. [사진제공 =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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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푸근한 인심과 지역 먹거리를 한데 모아볼 수 있는 구례 오일장도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다. 끝자리 3일과 8일에 장이 열리면 산에서 갓 채취해온 제철 나물 채소며 인근 여수에서 건너온 싱싱한 해산물 등이 장터 곳곳을 채우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캐 유산슬로 이곳을 찾은 유재석이 한입 베어 물고 간 꽈배기부터 40년 전통의 송순례할머니 뻥튀기까지 소소한 주전부리로 입을 달래고 나면 오랜 시간 장터를 지켜온 수구레국밥집, 우리 팥으로 담백한 맛을 내는 팥죽집이 달큰한 향기로 식객들을 매료시킨다.

가장 먼저 봄을 만나고 싶다면, 구례 ‘산수유 마을’ 원본보기 아이콘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들은 최근 구례를 찾는 여행객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화엄사 아래, 널따란 대지 한가운데 우뚝한 플라타너스를 중심으로 작은 연못과 소나무, 홍매화 등 다양한 식생으로 정원을 꾸민 ‘반야원 플라타너스’는 최근 구례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한 디저트 카페다. 광활한 정원을 배경 삼아 커피 한 잔의 여유, 그리고 한 컷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셔터 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진다. 정원에 둘러싸인 카페 옆 미술관에서는 호안 미로,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 등 다양한 작가의 판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젊은 파티시에가 구례산 토종 우리밀로 만든 케이크와 쿠키가 인상적인 오일장 인근의 카페 ‘사나래밀’도 들러볼 만 하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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