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에 대한 균형, 우리가 언제까지 이 질문을 받아야 하는 거죠?"


지난 7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념해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소규모 교류 워크숍. 좌중에서 한 차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화웨이의 인공지능 컴퓨팅 프레임워크(마인드스포어) 디렉터인 후샤오만이다. 가벼운 토론 끝에 한 참석자로부터 ‘일과 삶에 대한 균형’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농담처럼 되받아친 답변이었다. 그녀는 "어느 분야에서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균형을 맞추는 데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남성들에게도 이 질문을 좀 해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는 일하는 여성에게 ‘가정과 일’ 모두에 완벽한 슈퍼우먼의 모습을 요구하는 데 대한 일갈이기도 했다.

화웨이의 인공지능 컴퓨팅 프레임워크(마인드스포어) 디렉터인 후샤오만(오른쪽)이 좌중으로부터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화웨이)

화웨이의 인공지능 컴퓨팅 프레임워크(마인드스포어) 디렉터인 후샤오만(오른쪽)이 좌중으로부터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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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이날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등 7개국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디지털 역량 자신감이 남성 대비 크게 낮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조사를 맡은 독일 트리어응용과학대학의 안나 슈나이더 경영 심리학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디지털 기술을 가지고 있는 IT와 통신업계 여성들도 자신의 디지털 역량이 비디지털 기술 대비 14% 낮다고 본 반면,남성들은 디지털 기술 역량이 31% 더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여성들에게 디지털화에 물러서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디지털화를 통한 원격 업무는 여성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디지털 역량뿐 아니라 자신감의 영역에서도 분발할 것을 주문했다.


한 기업의 행사 참관기를 이렇게 상세히 적은 것은 중국의 성평등 의식이나 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고, 사회 경제적으로 요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성평등 지수가 낮은(143개국 중 102위, 세계경제포럼)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사회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의식 변화 속도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물론, 일부 지방 및 소수민족의 문화는 별도의 문제다). 차별적 행태를 지적하고 교정하려는 움직임을 넘어, 여성들 스스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어떤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앞서 언급된 화웨이의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때마침 진행 중인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를 취재하는 중국 매체들이 여성 대표들의 인터뷰를 앞다퉈 다룬 것에서도 모종의 의지가 느껴진다. 일부 여성 대표들은 ‘따듯한 리더십’ ‘온화한 포용력’ 같은 상투적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신의 전문성과 무거운 책임감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관련 기사가 쏟아진 9일,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키워드는 한 때 주요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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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양회에 참석한 여성 대표, 위원, 직원들에게 "모든 민족과 각계각층의 여성, 홍콩과 대만 지역 여성 동포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했다. 여성의 날을 기념한 형식적 멘트였지만, 그 형식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어떤 나라를 생각하면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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