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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로톡, 변협에 손배청구 소송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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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무부·헌재 결정 무시한 변협
이번엔 공정위 결정도 불복 입장
법무부 징계취소 결정해도 소용 없을 듯
손배청구·가처분신청 해 법원 판결 받아야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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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률플랫폼 로톡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등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그 같은 행위를 중지하고, 앞으로도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각 10억원씩 총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0억원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공정위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상한액이다.

두 단체는 즉각 ‘월권 행위’라며 공정위 결정을 규탄하는 논평과 성명서를 냈다. 그리고 행정소송과 권한쟁의심판 등을 통해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협이 법이 허용한 불복 절차를 밟는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변협의 태도다. 공정위는 두 단체의 행위가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들의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구성사업자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변협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공정위의 ‘월권 행위’”라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자신들의 위법행위가 정당한 조치였고, 공정위는 자신들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톡을 퇴출시켜야 하는 첫 번째 명분으로 ‘변호사시장의 자본종속 우려’를 내세우면서, 정작 자신들은 현행법을 위반해 소속 변호사들의 광고를 제한해도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변호사 업무에 공익적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변호사단체 역시 개인 혹은 법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변호사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사업자단체다. 공정거래법 제2조(정의) 2호는 사업자단체를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공정위 홈페이지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변협이 대표적인 사업자단체로 소개돼 있다.


변협이나 서울변회가 로톡과 관련해 국가기관의 결정이나 판단을 무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단체는 로톡의 운영방식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경찰과 검찰,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형사고발이 먹히지 않자 변협은 ‘징계’라는 수단을 이용해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헌재는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기 위해 만든 광고규정의 핵심조항들을 위헌 결정했다. 그러자 변협은 “심판대상 조항 중 합헌 결정난 게 더 많으니 합헌 결정”이라며 헌재 결정의 취지를 왜곡했다.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로톡 운영사나 로톡 가입 변호사들의 표현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재가 위헌 결정한 광고규정은 광고비를 받고 변호사를 광고하는 회사에 광고를 의뢰하거나 참여해선 안 된다는 제5조 2항 1호 후단과 변협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나 변협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한 광고를 금지한 제4조 14호, 제8조 2항 4호다. 전자가 유료 변호사 광고를 하는 로톡을 직접 겨냥한 조항이라면, 후자는 변협이 안 된다고 한 광고는 하지 말라는 취지의 위헌적인 규정이었다.


그런데도 변협은 애초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개시청구서에 넣었던 광고규정 제5조 2항 1호 후단을 헌재 위헌 결정을 이유로 적용법조에서 제외하는 경정통지서를 발송한 뒤 징계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법무부가 이의신청 사건을 심의 중인데, 무슨 이유인지 시간을 끌고 있다.


법무부가 징계취소 결정을 미루고, 공정위가 추가 의견서를 내겠다는 변협의 요청에 두 차례나 결정을 연기하는 사이 이종엽 전 변협회장의 뒤를 이어 ‘사설 플랫폼 퇴출’을 주장해온 김영훈 변호사가 차기 협회장에 선출됐다. 역시 이들과 함께 직역수호변호사단에서 활동하며 로톡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김정욱 변호사는 서울변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변호사단체의 로톡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공격이 더 강해지거나 최소한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로톡의 폐단이 우려된다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든가,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법적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현행법을 검찰이나 법무부와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거나, 공정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방식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가 법을 집행하는 여러 국가기관의 판단과 결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거듭하며 로톡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 법무부도 책임이 있다. 변호사법 제86조 1항은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부장관의 감독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협이 감독기관인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헌재 위헌 결정의 취지에 반해 소속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던 법무부는 ‘사건의 중대성’,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구실로 부당하게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의 이의신청 사건 심의에 시간을 끌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숱한 여론의 비판과 공정위 제재까지 감수하고 변협이 감행한 그런 부당한 공격이 의도대로 효과를 봤다는 점이다. 거듭된 고발과 징계 등 탓에 최대 4000명까지 늘어났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반토막이 났고,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사옥을 내놓을 정도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톡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이 너무 명확해 기소조차 안 되는 바람에 법원의 사법판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변협은 사법부의 판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과 법무부, 공정위 등의 결정을 무시해왔다. 법원에서 사건화가 될 수 없었던 상황이 변협이 폭주할 수 있는 빌미가 된 셈이다.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를 취소해도 변협은 로톡이나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법상 법무부가 이의신청 사건을 기각하면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다툴 수 있지만, 징계가 취소되면 변협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징계 이의신청 사건도 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로톡 운영사가 변협과 서울변회, 그리고 이들 단체의 전현직 수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 근거 조항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나 고의·과실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피해를 입힌 사업자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109조(손해배상책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고 해도, 적어도 법무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뒤, 혹은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뒤부터는 변협이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강행했고, 그로 인한 로톡 운영사의 손해 발생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공정위의 ‘행위중지·금지’ 시정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변협이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저지하려 하거나, 로톡 가입을 이유로 변호사들을 징계한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로톡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시켜 달라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법원의 결정을 위반할 경우 위반 일수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간접강제 조치를 함께 구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10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의 광고가 문제된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광고영업의 이익’을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판단, 피보전권리가 소명됐음을 인정한 바 있다.


돈이 많거나 힘 있는 사람들이 유명 로펌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손쉽게 선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로펌이 시간당 부과하는 상담비조차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적은 비용으로 상담을 받고, 적절한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은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두 단체는 로톡에 광고를 올리는 변호사들의 자질이나 제공되는 법률서비스의 질을 문제삼지만, 비싼 돈을 주고도 정작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실력 없는 변호사를 선임할 가능성은 상존해 왔다. 선택은 법률소비자의 몫이다.


생업에 바쁜 대부분 변호사들은 변협의 로톡 대응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로톡에 대한 과잉 대응으로 연전연패를 거듭하는 변협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가진 변호사도 상당수다. 다만 굳이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은 로톡이 너무 세가 커지면,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간의 무리한 공격을 주도해온 건 로톡에 대한 강경 조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지지표를 얻는 데 활용한 두 단체의 집행부다.


서울변회가 처음 로톡을 고발한 게 2015년이니 벌써 8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종국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변협과 서울변회의 행태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필요하다.


이번 칼럼을 쓰기 전 여러 법조인들에게 로톡의 소 제기가 법리적으로 가능할지를 물었다. 그중 한 변호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대답이다. “당연히 되죠. 창피합니다, 진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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