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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회 세계 여성의 날…아직도 부족한 '빵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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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여성노동자 화재 추모가 계기
세계 10위 경제대국 한국, 여전히 유리천장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변변한 안전 장비도 없고 탈출로도 없는 미국의 한 피복 작업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146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들의 죽음을 기리며 여성 노동자 1만5000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외치며 행진했고, 이 사건이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가 됐다.


8일 전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됐지만, 한국 여성들은 여전히 '빵과 장미'가 부족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선진국이지만, '유리천장' 면에서는 선진국 29개국 중 29위를 달리고 있고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5%에 그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고, 선진국들이 도입한 '비동의 간음죄'도 정부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UN Women(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애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UN Women(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애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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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와 성평등 임금공시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20만원으로 남성(339만원)의 64.9%에 그쳤다.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근속연수다. 남성의 근속연수가 6.92년인 데 반해, 여성은 4.81년으로 2.11년이 짧다. 166만원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남성의 3배에 달한다.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 노동자의 빈곤 문제와도 연결된다.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기준, 저임금 여성 노동자가 많은 상위 10대 직업에 여성의 73.4%, 15대 직업에 여성의 81.8%가 몰려 있다"며 "여성 노동자가 몰려있는 저임금 노동자 상위 10대 직업은 비정규직 규모가 큰 직업"이라고 지적했다.


근속연수가 길어도 성차별적 고용 구조 때문에 여성의 임금이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정 연구위원은 "근속연수에서 20대 전반, 20대 후반, 30대 전반의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길지만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낮다"며 "여성이 저임금 일자리로 채용되거나 채용 이후 배치, 승진 등에서의 성차별적인 고용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이 29개국 중 29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2013년 평가가 시작된 이후 11년째 꼴찌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나타났고,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남성에 비해 18.1%포인트 낮아 28위를 기록했다.


빵뿐만 아니라 '장미' 측면에서도 여성의 권리는 후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주요 선진국이 도입한 '비동의 간음죄'도 법무부와 여당의 반대에 막혀 철회됐다.


진보 성향 정당들을 중심으로 비동의 간음죄 추진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21대 국회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직 없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 개정도 필요하다. 제도화를 통해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대한 최종권고에서 형법의 강간죄를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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