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뺏길 수 있다"…삼성전자 총파업 'D-6', 긴급조정권 부상
삼성, 사실상 비상관리체제 돌입
빅테크 '공급 안정성' 매주 체크
마이크론 등 경쟁사 수주 반사이익 우려
사측 "직접 대화" vs 노조 "파업 강행"
전문가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시급"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7,000 전일대비 19,000 등락률 -6.42% 거래량 24,135,500 전일가 296,000 2026.05.15 13:27 기준 관련기사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트럼프 "이란과의 협상, 더이상 참지 않을 것…반드시 합의해야"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사 측이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까지 공급 차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쟁사들의 반사이익과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측이 직접 대화를 공식 제안하며 마지막 협상 의지를 드러냈지만 노조가 강경 입장을 유지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총파업에 대비한 비상관리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D램 생산 라인에서는 약 1만5000개의 웨이퍼 보관함(FOUP)을 전용 물류 장비 밖으로 꺼내는 작업(CON-OUT)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퍼 기준 36만 장에 달하는 규모다. 파업으로 자동 물류 시스템이 멈출 경우 제품이 장비 안에 갇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파업에 따른 실제 피해 규모가 파업 기간 18일(5월 21일~6월 7일)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24시간 초정밀 공정이 중단 없이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파업 전 사전 예비작업과 파업 종료 후 생산 라인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총 한 달 이상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직접 손실 추정치는 상당한 규모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18일간의 파업으로 삼성전자가 10조원에서 17조원의 직접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되며, 간접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제조 공정이 전면 중단될 경우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피해는 직접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극심한 시기에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 이탈로 인한 '시장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이미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공급 차질 여부를 직접 문의하고, 매주 상황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통상 파업이 시작되면 경쟁사에선 기존 거래를 끊고 우리한테 오라는 식으로 활용한다"며 "메모리 등 공급 차질 면에서 단기적인 손실도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계약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메모리업체들의 경우 아직은 기술력 차이가 있으니 수혜를 입기는 쉽지 않지만, 마이크론과 같은 경쟁사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전날 노조 측에 직접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발송하며 마지막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주관의 사후조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율 교섭을 통해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도 최근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영 활동은 유지돼야 하며, 각 사업부가 경영 활동만큼은 공히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총파업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전날 사측의 대화 제안에 대해 "초과이익성과급(OPI)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에 대해 사측의 확실한 의지가 확인될 경우 대화에 임할 것이나, 변화가 없을 경우 적법한 쟁의행위인 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리는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회사는 이날도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와 관련해 이미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화 재개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는 "다음 달 7일 이후에나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에야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사실상 '파업 전 타결'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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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지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노조 측이 사측의 대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긴급조정권 발동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자율 교섭 가능성의 부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이미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강경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율 해결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과 중국·대만 경쟁사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속히 긴급조정권 발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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