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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보 하루천자]"독서모임 왔다가 걷기까지"…'숭례문학당'의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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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발전적인 취미 갖고 싶은 각계각층서 관심
코로나19 시기에도 책 읽고 온라인서 비대면 토론
책만 읽다 약해진 체력…이제는 하루10㎞씩 걸어

[하루만보 하루천자]"독서모임 왔다가 걷기까지"…'숭례문학당'의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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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숭례문광장 길 건너편 한 작은 빌딩엔 '숭례문학당'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책 수백권이 꽂힌 책장이 전부이지만 2008년 12월 첫 모임 이후 15년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함께 독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있는 독서 공동체다. 학생부터 주부, 회사원, 공무원,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까지 직업과 나이, 사는 지역도 모두 다르지만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하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운동까지 함께 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고 있다. 숭례문학당 운영을 맡고 있는 김민영 이사(사진 왼쪽)와 김민석 사무국장(오른쪽), 그리고 100일 걷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조혜원 강사(가운데)를 만났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 위치한 '숭례문학당'에서 김민영 이사(왼쪽부터)와 조혜원 강사(100일 걷기 모임 운영자), 김민석 사무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지난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 위치한 '숭례문학당'에서 김민영 이사(왼쪽부터)와 조혜원 강사(100일 걷기 모임 운영자), 김민석 사무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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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
김민영 숭례문학당 이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민영 숭례문학당 이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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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독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책을 읽은 뒤 혼자만의 감동을 느끼거나 깨달음을 얻는데서 끝나지 않고 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와 그 소감을 나누다보면 나와는 다른 관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그 책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런 경험에 매료된 사람들 몇몇이 모여 숭례문학당이 시작됐다. 혼자서는 책 읽기가 재미 없어서, 또는 발전적인 취미를 갖고 싶은 이들이 합류하고, 지적이면서도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나와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서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학당 내 모임의 종류와 회원 수도 불어났다. 현재까지 숭례문학당에 가입한 회원은 1만2000명을 넘어섰고 운영중인 소모임만 120개, 활동강사도 40여명에 이른다. 모임 기간이나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회원이 보통 월 몇 만원, 오프라인 모임의 경우 평균 회당 2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이것이 학당 운영비와 강사료(모임 리더)로 운영되는 구조다.

독서토론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인 김 이사는 "모임을 하다 보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고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며 "책을 잃고 글을 쓰면서 자신 속에 감춰진 분노나 화를 직면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그런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고 귀띔했다.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편안해지고,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니 일단 한번 독서모임을 시작하면 꾸준히 참여하고, 때로는 좀 더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 또 다른 모임을 만들게 된다.


김민석 숭례문학당 사무국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민석 숭례문학당 사무국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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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독서토론 모임도 시도했다. 처음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이용했는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모임이 불가능해진 동안 'ZOOM(줌)'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이 대중화하면서 학당의 독서 모임도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임 5개 중 4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고, 여기엔 해외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10년 넘게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해 온 이력이 쌓여 숭례문학당이 만들어낸 독서토론 모델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학당에서 양성한 독서토론 강사들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나 도서관, 학교나 기업 등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전수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트레바리'나 '아그레아블'과 같이 다른 독서 기반 커뮤니티 비즈니스들도 여럿 있지만 숭례문학당 독서토론의 경우 책 본연의 내용에 대한 탐구, 인문학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지식 전달형 강좌나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개인의 해석이나 판단,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데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책 읽고 걸으면서 경험하는 치유의 힘
조혜원 숭례문학당 강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조혜원 숭례문학당 강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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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모임도 김 이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 이사는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 동안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난 탓에 2013년 즈음 서울성곽부터 서촌, 북촌, 한강까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며 "다른 회원들과 함께 각자 걸은 기록을 카카오톡에 공유하고 한달에 한번 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 같이 걷기도 하면서 그 과정을 책으로 내고, 결국 정규 모임으로도 이어졌다"고 했다.


조 강사는 처음엔 독서 모임을 하려고 들어왔다가 걷기에 빠져, 결국 걷기운동 강사가 됐다. 매일 아침, 강서구 서울식물원 주변을 10㎞씩 뛰거나 걷는다. 그는 "혼자 하면 규칙적으로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지만, 모임을 통해 서로 인증하고 격려하다 보면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난다"며 "꾸준히 운동량을 늘릴 수 있도록 기록을 집계하고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걷기로 건강을 다지고 성취감을 맛보고 나니 이후엔 달리기나 웨이트까지 운동을 늘려 건강한 몸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숭례문학당의 걷기 모임에선 매일 운동 후 짧게나마 소감이나 단상을 적도록 해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김 이사는 "결국 숭례문학당이 추구하는 바는 '몸과 정신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40~60대를 위한 필사하기 좋은 책과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이사는 "현장에서 중장년 회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 중 하나는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였다"며 "필사로는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꼽았다. 그는 또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내려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문학관을 거쳐 수성동계곡으로 이어지는 편도 한 시간 코스의 길을 가장 좋하한다고 했다. 조 강사는 서울 방화대교 남단에서 행주대표 남단 사이 한강 둔치에 있는 강서습지생태공원을 꼭 한번쯤 가봐야 할 걷기 코스로 소개했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걷다 보면 각종 수생식물과 철새를 구경할 수 있고, 여름엔 사방이 너무 푸르러 여기가 서울인가 대관령인가 싶을 정도에요." 얼마 전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으로 이사했다는 김 사무국장은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엔 도로도, 산책길도 잘 마련돼 있다"며 "이곳저곳 구경 삼아 길을 나서면 동네 한바퀴 4㎞ 쯤은 금세 걷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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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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