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식음료 가격 전방위 압박…'인상 폭탄' 부메랑될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기자수첩]식음료 가격 전방위 압박…'인상 폭탄' 부메랑될라
AD
원본보기 아이콘

주류업계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를 계기로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식음료업계는 눈치 싸움에 돌입한 형국이다. 무언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이 없음을 천명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일단 효과가 나오는 모양새이지만 한편으론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줄곧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기업에 전달해왔다.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과 한 달에 한 번꼴로 물가 안정 방안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28일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주요 식음료업체들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도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엔 직접적인 압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류 가격 인상 움직임이 포착되자 가격 인상 요인을 비롯해 이익 규모 등 주류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외적으론 실태조사이지만 사실상 기강 잡기에 가까운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고가를 올리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정부의 주류업체 실태 조사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도 당분간 제품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풀무원 계열사 풀무원샘물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단행하려던 생수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를 놓고 정부의 가격 인상 제동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도 잇따른다. ‘물가 당국’을 천명하고 나섰던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이 연상된단 얘기도 곳곳에서 들린다.


서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뜻은 십분 이해하지만 반대로 이런 조치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단 사실도 알아야 한다. 자유 시장경쟁을 강조하던 정부 기조에 반하는 일인 것도 분명하다. 외부적인 원인으로 인상 요인이 쌓였는데 이를 억누르다간 한 번에 가격이 튀어 오르는 용수철 효과를 막을 수 없다. 당장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이는 궁극적으로 시장 왜곡의 심화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벌써 가격 인상에 대비해 주류 가격을 올린 업장도 많고, 주류 도매상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과 관련한 풍문이 돌면서 사재기를 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 팔 비틀기식의 물가 억제는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다. 무조건 인상을 억제하라는 식의 단기적인 대책보다 세제 혜택이나 지원책 강화 등 자발적인 가격 인상 억제를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