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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스터디카페' 학원법상 등록대상 '독서실' 아냐"(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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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용목적·학습목적 외 공간 등 종합해 판단
2심 '유죄' 판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경기도 수원시의 한 스터디카페 내부 모습.(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스터디카페 내부 모습.(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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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상 학원과 같은 규제를 받는 '독서실'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학원법상 학원에 준해 규제를 받는 독서실과 그렇지 않은 독서실의 구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스터디카페에는 독서실과 같은 개인 학습공간 외에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PC존', '스터디룸', '취식공간' 등이 있고, 시설의 이용 목적이 '학습'으로 제한돼 있지 않은 점, 그리고 이용 고객 대부분이 30일 미만의 시간제 요금을 이용한 점 등이 학원법상 독서실이 아니라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달 초 학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터디카페 운영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설(스터디카페)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했다고 판단한 후, 이는 학원법 제2조 1호에 규정된 학원의 일종인 '독서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라며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원법령의 규정 체계와 입법연혁, '학원'과 '독서실'을 구분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 학원의 사전적 의미 및 학원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인 독서실'이 학원법상 등록 대상인 학원에 해당하는지는 그 기능이나 목적이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는 시설'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바, 당해 시설의 이용 목적이 학습으로 제한되거나 관리자가 학습 이외의 목적을 위한 이용을 금지하는지, 당해 시설의 구조·비품 등이 주로 학습 환경 조성에 맞춰져 있는지,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시설의 존부와 면적,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 이용자들의 대금 지급 방식과 이용 목적, 그 밖의 이용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가 운영 중인 스터디카페의 여러 가지 특성을 나열한 뒤 "이 사건 시설이 학원법 제2조 1호가 규정한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는바, 원심판결에는 학원법 제2조 1호가 규정한 '학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관할관청(교육감)에 등록하지 않고 학원법상 등록 대상인 '독서실'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2020년 3월경 내부규모 75평에 좌석 95석을 설치해놓고, 이용자에게 월 정기이용료를 12만원씩 받으면서 무등록 독서실 영업을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상호를 'OOO스터디카페'로, 업태(영업이나 사업의 실태)를 '서비스'로, 종목을 '스터디카페'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A씨는 전단지나 인터넷 광고를 통해 이용 대상에 대해 '공무원 시험 대비, 취업준비생, 대학생·고등부, 일반인도 시간 당일 공간대여', 스터디룸 대여와 관련 '소모임 공간대여, FC 설계사 공간대여, 상담실대여' 등으로 홍보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쾌적한 OO, 24시간 무인으로 운영'이라고 기재했다.


해당 스터디카페 내부에는 칸막이로 시선을 차단한 책상과 일반적인 형태의 고정식 의자를 갖춰놨는데, 각 좌석마다 별다른 편의시설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고객은 입구에 있는 무인 정산기(키오스크)에서 사용이 가능한 잔여 좌석 중 자신이 원하는 좌석을 지정해 결제한 뒤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용 요금은 1회권은 시간별로(가령 2시간에 3000원 등) 이용 요금이 정해져 있고, 4주 정기권은 12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한편 해당 스터디카페에는 각 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스터디룸 존'과 'PC 존'이 따로 마련돼 있었고, 휴게실에는 구운 계란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


학원법 제2조(정의) 1호는 '학원이란 사인(私人)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10명) 이상의 학습자 또는 불특정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의 교습과정에 따라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거나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원법 시행령 제2조(정의) 1항 4호는 '독서실'을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학원인 시설'로 정의, 교습행위 없이 학습장소로만 제공되는 시설인 독서실을 학원법상의 학원에 포함시켜 규율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6조(학원 설립·운영의 등록) 1항은 '학원을 설립·운영하려는 자는 제8조에 따른 시설과 설비를 갖추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설립자의 인적사항, 교습과정, 강사명단, 교습비등, 시설·설비 등을 학원설립·운영등록신청서에 기재하여 교육감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학원의 등록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등록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같은 법 제22조(벌칙) 1항 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운영 중인 스터디카페는 학원법상 등록 대상인 독서실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A씨의 학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칸막이의 설치 구조, 칸막이로 구분된 책상 내 면적, 1인이 1자리를 지정해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설 내 지정된 좌석에서 일반적인 카페와 같이 타인과 대화를 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일관되게 이 사건 시설은 이용자들이 여가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칸막이로 구분된 책상과 의자 외에 아무런 장비가 보이지 않는 점 ▲제공되는 PC, 음료, 음식도 판매가 주목적이라기 보다는 해당 좌석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카페 내 스터디룸은 이 사건 시설에서 좌석을 결제하는 이용자에게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공간인 점(시설 전체 규모와 무인결제시스템에 비춰 볼 때 스터디룸 대여가 카페를 이용하는 주된 목적으로 보기 어려움) ▲시설의 일부 이용자에게 고정석이 제공됐고, 정기권 결제가 가능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시설을 불특정 다수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2020년 3월 24일 관할청 담당 공무원이 A씨의 스터디카페를 방문했을 때 모두 24명의 학생이 카페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당시 좌석번호 1, 8, 24, 33, 51번은 고정석으로 분류돼 일반인의 사용이 불가능했던 점 등이 증거가 됐다.


한편 A씨는 재판 도중 자신이 운영 중인 스터디카페는 독서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재판부에 학원법 제22조 1항 1호, 제6조, 제2조, 학원의 종류를 정한 제2조의2와 학원법 시행령 조항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A씨 측은 "이 사건 심판대상에서 독서실이란 '10인 이상 또는 불특정 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말하고, 학습과 학습장소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독서실 개념의 범위가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새로운 창업을 형사처벌해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중 학원법 제2조의2와 일부 시행령들의 경우 설사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더라도 A씨의 처벌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조항들의 경우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하면 A씨 형사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했지만 "처벌대상 행위의 실질을 예측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시설 중 개인 좌석 공간의 경우 좌석 별로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과 의자가 배치돼 있고, 이용자가 지정한 좌석에 대한 요금을 결제하면 일정 시간 그 좌석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독서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 시설에는 개인 좌석 공간 외에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PC존', 소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스터디룸'은 물론, 이용자들이 커피나 구운 계란 등 간식을 구매해 취식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는 점 ▲이 사건 시설의 이용 목적이 '학습'으로 제한돼 있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설에서 학습 외의 활동을 금지했다고 볼 자료가 없어, 손님들이 개인적인 업무 처리나 여가시간 활용 등을 위해 위 스터디룸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시설의 홍보 전단지에도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고등학생·대학생, 취업준비생 외에 일반인에게도 시간제로 공간 대여를 하고 소모임 등을 위해 스터디룸을 대여한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으며, 실제 여성들이 소모임을 위해 위 스터디룸을 이용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시설의 이용 요금은 2시간에서 24시간까지의 이용 시간에 따라 차등적인 '시간제 요금'과 28일 기준의 '4주 정기권'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기권도 이용 기간은 30일 미만인 점 ▲단속공무원이 이 사건 시설을 방문했을 당시 전체 좌석(95석) 중 6석이 '고정석'으로 분류돼 있었던 점에서, 이 사건 시설의 이용자 대부분은 일회적 이용 방식인 ‘시간제 요금’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이 사건 시설이 학원법 제2조 1호가 규정한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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