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에 경찰 내부 '술렁'
"검경수사권 조정 의미 무색" 목소리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 신임 본부장으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의미가 무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경찰청은 24일 정 변호사를 제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오는 27일 취임 예정으로, 오는 2025년 2월25일까지 향후 2년간 국가수사본부를 이끌게 됐다. 정 본부장은 사법연수원 27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검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2과장이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18년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인권감독관으로 같은 검찰청에 근무했다.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직위가 된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이 임명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정 본부장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경찰 내부망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색해진 것 같다"며 "이제 이런 글 쓰는 것도 무섭다"란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법무부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축소된 검찰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 범위를 대폭 늘리는 수사준칙 개정과 맞물린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 출신이 과연 경찰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채용 절차 자체가 문제였다는 얘기도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국가수본부는 경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 유지를 위해 경찰청장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그 수장을 경찰청장이 추천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추천하는 거 자체가 국수본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하물며 경찰청장도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 추천권을 행사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수사본부 내부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홀연 단신으로 국가수사본부에 입성해 3만명이 넘는 수사 경찰을 과연 아우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장 참모로 꼽히는 치안감급 형사국장이나 수사국장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목소리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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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정 본부장을 염두에 두고 국수본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진행한 국수본부장 공모에는 정 본부장을 포함해 장경석 전 서울청 수사부장, 최인석 전 화천경찰서장 등 3명이 지원했다. 정 본부장을 제외한 두 명 모두 경찰 출신이지만, 경찰 퇴직 당시 직급이 경무관과 총경이어서 경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정감 직급인 국수본부장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정 본부장이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이력이 있는 터라 경찰 수사 최고 책임자에 대통령 측근을 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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