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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쥐사냥 배운 핫한 '뉴요커', 플라코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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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최근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와 5번가 인근을 지날 때면 높은 나뭇가지 위를 훑는 습관이 생겼다. 거대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이들이 대거 몰려있는 곳이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꼭 달려가 본다. 새로운 스타인 ‘뉴요커’ 수리부엉이 ‘플라코(Flaco)’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플라코가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탈출한 것은 이달 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저녁 동물원 직원들은 누군가가 울타리 철망을 고의로 훼손한 사실을 확인했다. 2010년부터 동물원에 머물러 온 수리부엉이 플라코도 함께 사라졌다. 동물원은 즉각 뉴욕시경(NYPD)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때마침 5번가에 수리부엉이가 등장했다는 리포트가 떴지만 사람들이 몰린 탓에 결국 포획에는 실패했다.

동물원을 탈출해 야생으로 돌아간 수리부엉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탈출 3주. 수리부엉이는 쥐(rats) 사냥을 배웠다. 뉴욕시에 넘치도록 많은 먹잇감이다. 그리고 센트럴파크 동물원은 그를 포획하는 작업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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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플라코는 최근 연일 뉴요커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도 등장하고 있다. 조류 관찰자,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그를 찾아 센트럴파크를 헤맬 정도다. 쉽미도우, 노드우스 등 공원 내에서 주로 등장하지만, 화려한 뉴욕 생활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5번가 명품 매장 인근에서도 그를 봤다는 글들이 쏟아진다.


뉴욕시 내 조류 관찰 트위터를 운영 중인 데이비드 버렛은 매일 자신의 트위터에 플라코의 위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센트럴 웨스트 인근과 공원 내 그레이트 힐에서 플라코의 모습이 확인됐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지역에 거주하는 유학생 실비아 리씨는 "오가며 플라코가 있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며 "플라코의 소식이 여러 트위터 계정에서 매일 업데이트가 되니 더 흥미롭다"고 전했다. 프랑스 출신의 관광객 루카스 비셋은 "뉴욕에 관광을 온 김에, 플라코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초만 해도 플라코의 탈출 소식에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1살 때부터 13년가량 동물원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플라코가 당장 끼니부터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여가 지난 후 여론은 바뀌었다. 플라코가 쥐를 사냥해 날아가고 있는 모습, 쥐를 먹고 있는 모습, 식사 후 뼈를 뱉어내는 모습까지 잇달아 확인됐기 때문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사진, 영상과 함께 목격담이 들끓었다. 플라코는 센트럴파크 내 스케이트장 위를 날아다니는가 하면, 매와 대결을 펼치고, 다람쥐들과 종종 가까이 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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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은 플라코가 "뉴욕시에 풍부한 개체인 쥐를 먹고 살고 있다"며 "자신의 킬러 본능을 되찾아 높은 나뭇가지에서 급강하한 뒤 쥐를 사냥하는 데도 노련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요커는 "센트럴파크에서 10일을 보낸 후 사냥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는 놀라운 발전"이라고 전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 역시 "초기만 해도 모두 플라코가 사냥을 할 수 있을지,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면서 "더이상 이는 걱정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원이 플라코를 포획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후에도 흰 쥐로 덫을 놓고, 암컷 울음소리로 유인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코는 걸려들지 않았다. 버렛은 "놀랍다. 그는 갇혀있던 수리부엉이에서 야생으로 바뀌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먹이를 잡고, 더 잘 날아다니고 있다"면서 "자신의 새로운 생활을 매우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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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플라코의 포획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SNS에는 해시태그 프리플라코(#freeflaco)와 함께 그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결국 동물원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플라코의 포획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모니터링은 지속할 예정이다. 먹잇감과 서식 환경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만큼 혹시나 고통스러워하거나 곤란해하는 모습이 확인될 경우 언제든 포획작업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최근 플라코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며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회복력의 상징’이 됐다는 점이 크다고 본다.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치열하게 살아남고 적응하는 방법을 바로 플라코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앵커 키스 올버먼은 플라코를 이렇게 정의했다. "공원을 좋아하고 쥐를 먹는 뉴요커." 뉴욕 맨해튼을 오가다 한 번쯤 그와 조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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