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노사협의서 노조안 모두 수용
기시다, 日 노총에도 "물가상승률 넘는 인상"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와 혼다가 춘계 노사협상(춘투)에서 모두 노조의 안을 수용하고, 인상률을 역대급으로 상향하는 등 '통 큰 결단'에 나섰다. 두 기업의 결정으로 일본 제조업계 전반적인 임금 인상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면에는 기시다 정부의 임금인상 압박을 기업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전날 도요타가 첫 노사협의에서 노조 임금인상안과 보너스 지급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구체적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과거 2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안에 따르면 보너스는 6.7개월 월급분이 될 예정이다.
도요타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도요타임스'에 따르면 차기 사장 사토우 코우지는 이날 교섭에서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도요타는) 분배를 이끄는 선두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요타와 함께 노력하는 동료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각 회사에서 노사의 진솔한 대화가 진행되기를 바라며 응했다"고 덧붙였다.
혼다도 같은 날 노사협의에서 노조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혼다가 수용한 기본급 임금 인상률은 3.3%이며 승진의 경우에는 5%까지 인상된다. 혼다에 따르면 기본급 인상은 데이터가 남아있는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혼다는 "변화에 속도를 내는 것, 그리고 급격한 고물가로 벌어진 생활 불안을 해소하는 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동차 대기업들의 임금인상 이슈가 주목받는 것은 이들을 통해 앞으로 업계 임금인상 기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조업계에서는 도요타의 기본급 인상이 임금 협상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두 기업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이번 춘투 판도는 인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심지어 춘투가 막 시작되는 시기인 2월에 두 기업이 모두 노조 안을 빠르게 수용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결단에는 기시다 총리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장기침체로 사실상 30년째 임금 동결 상태에 머물러 있고, 여기에 에너지 수급 여파와 고물가가 겹친 상황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경기 부양책으로 임금 인상을 기업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달 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신년회에 참석해 “꼭 물가상승률을 넘는 임금 인상을 부탁한다. 정부도 대응을 돕겠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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