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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면세]中 습격…인천공항 입찰, 두번째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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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DFG 입찰 참여 기정사실화
입찰가 상승 부추길 가능성 커
사업권 따내도 수익성 악화 우려
입점 현실화 시 국내 업체 타격 불가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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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사업자인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가 유력해지면서 국내 면세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CDFG가 입찰에 나설 경우 입찰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입찰가가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사업권을 움켜쥐더라도 향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27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사업권 입찰 참가 신청을 마감한다. 사업제안서 제출은 28일까지다.

이번 입찰 사업권은 일반 사업권 5개(63개 매장, 2만842㎡), 중소·중견 사업권 2개(총 14개 매장, 3280㎡) 등 총 7개다. 기존에 터미널별로 나뉘어있던 총 15개의 사업권을 통합 조정해 국적항공사의 합병 이후 터미널 간 항공사가 재배치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권을 운영하도록 했다. 일반사업권은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2개(DF1·2), 패션·액세서리·부티크 2개(DF3·4), 부티크 1개(DF5)로 나뉜다.


이번 입찰에선 향수·화장품 품목과 주류·담배 품목을 결합했다. 매출 비중은 가장 높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향수·화장품 품목과 최근 높은 인기와 수익성을 자랑하는 주류 품목을 묶어 상호 보완이 가능하도록 구성한 것으로 해당 권역은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패션·액세서리, 부티크 권역이 코로나19 이후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온데다 면적도 늘어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료 산정방식도 변경됐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유지해온 ‘고정 최소보장액(고정임대료)’ 방식에서 ‘여객당 임대료’ 형태로 임대료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계약기간을 기본 10년으로 설정해 기존 ‘기본 5년+옵션 5년’에서 운영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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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입찰 경쟁의 긴장감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는 건 CDFG의 참여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CDFG는 중국 국영 면세업체로 자국 면세 특구인 하이난 면세점의 최대 운영사다. 코로나19 기간 내국인 면세 구매 한도 상향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 리포트에 따르면 CDFG의 매출은 2021년 기준 93억6900만 유로(약 12조9967억원)로 세계 1위다. 롯데면세점(40억4600만유로)과 신라면세점(39억6600만유로), 듀프리(37억7600만유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CDFG가 입찰에 참여한다면 경쟁이 한층 가열돼 입찰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팬데믹 기간 업황 악화로 임대료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엔데믹 전환에도 여객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신라면세점이 작년 4분기 적자 전환했고, 롯데면세점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8월과 2025년 8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이달부터 임대료 감면 조치가 해제되며 고정임대료 부담이 확대돼 적극적인 베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 경쟁이 심화할 경우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임대료 부담이 가중돼 향후 10년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


CDFG의 국내 면세시장 진입이 현실화한다면 핵심 고객층인 중국 관광객 수요를 흡수해 국내 면세업체들의 경쟁력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력이 강점인 CDFG가 국내 시장으로 영토 확장에 성공한다면 더욱 늘어난 매출을 토대로 약점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직매입 상품이 많은 면세산업의 특성상 구매력이 높아지면 명품 브랜드 등과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진다. A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산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다 보니 파이를 키워 브랜드의 협상력 등을 키워가야 하는데, CDFG가 시장에 진입한다면 그 몫만큼 국내 업체들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천공항 입성이 향후 CDFG의 국내 시내면세점 진출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아직 부족한 사회공헌 점수 등 정성적 평가 경쟁력도 축적해 향후 시내면세점 진출도 가능하다"며 "이렇게 될 경우 단체 관광객들을 전부 자국 면세점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팬데믹 기간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만큼 해외공항 운영 경험 부족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들은 물류·온라인서비스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CDFG는 신사업자로서 관련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다 보니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외형적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지만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유치 경험이 없는 등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서비스에서 열세를 보일 수 있다.


한편 이번 면세점 사업권 심사는 인천공항공사(사업계획점수 60%+가격제안점수 40%) 500점,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 점수 500점 등 1000점 만점 중 600점 이상의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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