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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과 전쟁]기름값은 잡았지만…혼란은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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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알뜰주유소·석유 전자상거래 10여년
주유소 감소…"정부가 불공정거래 주도"
온라인 거래 절차 번거롭고 추가부담금도

[기름값과 전쟁]기름값은 잡았지만…혼란은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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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고유가로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정부는 정유업계를 향해 전가의 보도처럼 '경쟁 촉진'을 주문했다. 4개 정유사로 시장이 굳어져 경쟁보단 기름값을 낮추지 않는 이른바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주유소보다 판매 가격을 낮춘 알뜰주유소가 등장했고, 한국거래소에 온라인으로 석유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도 생겼다.


그 후 10여년이 지났지만, 고유가로 인한 고통은 여전하다. 경쟁을 늘려서 기름값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기름값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다. 기름값의 절반을 넘는 유류세나 원유에 부과하는 관세 등 세제는 그대로 놔둔 채 기름값을 잡겠다는 의욕에서 비롯된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됐지만, 기름값 하락이 미미해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3.40원 내린 ℓ(리터)당 2117.18원,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2.30원 내린 2150.78원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됐지만, 기름값 하락이 미미해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3.40원 내린 ℓ(리터)당 2117.18원,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2.30원 내린 2150.78원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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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10개 가운데 1개 이상이 알뜰 주유소다. 한국석유관리원 통계를 보면 1월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136개로 이 가운데 알뜰주유소는 1307개에 달한다. 알뜰주유소 비율은 12%에 육박한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한국도로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작한 2011년 12월 목표로 했던 10%를 초과 달성했다.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알뜰주유소에 고객이 몰리면서 일반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는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일반 주유소는 줄어드는 추세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 도로공사가 정유사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대량 공동 구매해서 공급하고 있다. 또 사은품 등 서비스를 없애고 셀프 주유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주유소 운영비용도 줄였다.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 비결이지만, 여기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바로 사업 주체들의 적자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알뜰주유소 사업은 84억원 적자를 봤다. 전년도 235억원 흑자를 봤지만 불과 일 년 만에 이익이 무려 319억원이나 줄었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비싸게 석유를 사서 주유소에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대상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을 때 퇴출 1순위로 알뜰주유소가 거론되기까지 했다.

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됐지만, 기름값 하락이 미미해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3.40원 내린 ℓ(리터)당 2117.18원,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2.30원 내린 2150.78원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휴게소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됐지만, 기름값 하락이 미미해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3.40원 내린 ℓ(리터)당 2117.18원,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2.30원 내린 2150.78원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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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에도 허점이 보인다. 품질미달 제품이나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등 불법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2017년부터 작년 8월까지 석유공사 자영 알뜰주유소 총 143곳에서 석유사업법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농협 알뜰주유소는 90곳, 도로공사 알뜰주유소는 9곳이 적발당했다. 또 알뜰주유소 보다 가격을 낮춘 주유소까지 생겨나면서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통해 일부 주유소에만 기름을 싸게 공급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며 "주유소 시장은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알뜰주유소는 판매량 증가로 수혜를 보지만 일반주유소는 판매량 감소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뜰주유소 시행 이듬해인 2012년 출범한 석유 전자상거래는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올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휘발유는 하루 평균 720만ℓ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팔린 휘발유가 3850만ℓ인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거래 물량이 전체의 20% 이하다. 게다가 국내 석유제품을 해외에 파는 석유수출입업자 거래가 온라인 거래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온라인거래 가격은 ℓ당 1447원으로, 정유사 공급가격(1515원)보다 저렴하다. 그래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거래보증금을 사전에 금융기관에 예탁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또 매수자는 배송료와 수수료, 부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매수자에게 지원하던 세액공제(매수 금액의 0.2%)도 지난해 말 종료됐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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