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입니다" 장난전화에 속은 獨메르켈
"우크라 침공·벨라루스 정세 논의하자" 전화
통역사까지 동원했는데…러 코미디언 소행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유튜버들의 장난 전화에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국제 정세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달 12일 자신을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남성과 통화를 했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 내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장난 전화로 악명 높은 러시아 코미디언들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렉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사칭한 것이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독일 외무부 소속의 통역사까지 동원해 통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전 총리 집무실은 "통화가 끝나고 통화 도중에 느낀 인상에 대해 외무부에 알렸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반과 렉서스가 텔레그램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통화에서 메르켈 전 총리는 "민스크 평화협정이 우크라이나에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민스크 평화협정은 2015년 메르켈 전 총리의 중재 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로셴코 전 대통령 등이 맺은 평화 협정을 말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까지 했다.
메르켈 전 총리가 2021년 퇴임한 후 얼마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의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그는 16년에 걸쳐 집권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왔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이 수월해졌다고 메르켈 전 총리를 거듭 비판해왔다.
보반과 렉서스는 또 메르켈 전 총리에게 러시아어로 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녹음 파일에는 이 밖에도 메르켈 전 총리가 벨라루스 독재 정권의 탄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유튜버는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턴 존, 해리 영국 왕자 등에게도 비슷한 장난 전화를 걸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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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폴란드인 2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사칭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장난 전화를 걸었다. 총 7분 30초간 이뤄진 통화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첨예한 국제 정세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는 생각에 먼저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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