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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법안소위 통과…'노사관계 대격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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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5일 고용노동법안소위 통과
사용자, 노동쟁위 등 범위 확대
손해배상 범위 등도 큰 폭 조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준이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여당의 반발 속에서 표결 끝에 통과됐다. 환노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국회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내 노동관계법의 기본 틀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소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의 기본 윤곽은 관련법을 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안을 조정, 단일화한 안으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의 동의를 거쳤다. 노란봉투법은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이 벌어지는 문제나 원청과 하청 등 다층적 계약관계망 속에서 실질적 근로조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용자와의 단체협상 등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이 법은 그동안 노동계 등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담감과 법 개정 수위에 대한 의견 차이 등으로 지지부진했었다. 개정안은 5인 찬성(더불어민주당 4인·정의당 1인), 3인 반대(국민의힘 3인)로 소위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소위를 통과한 대안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의 요건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손해보상 청구에서도 배상의무 차별화를 둬 기여도에 다른 책임 범위를 설정했고, 신원보증인에 대한 책임을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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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용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고용계약 상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이를 사용자로 제한했던 데 반해,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범위를 넓혔다. 대법원 등 사법부의 판례 등을 법률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로써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짓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경우 사업주에 해당하면 단체교섭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법안소위 위원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판례와 행정법원 판례 등 수많은 노동현장 판례를 근거로 국회 차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헌법이 규정하는 단체교섭 행동권 등 권한들을 더 분명하게 해주는 실제 진짜 사장 교섭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원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위무를 부담시킬 경우 근로3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노동자의 파업인 노동쟁의의 범위도 확대된다. 현행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이견이 있는 다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을 둘러싼 단체협약의 체결과 갱신을 둘러싼 이익분쟁 정도로 제한됐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대안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으로 했다. 이에 따라 권리분쟁의 영역까지 확대됨에 따라 노동쟁의의 합법 범위는 대폭 늘어나게 됐다. 김 의원은 "노동쟁위와 관련해 합법적인 노동쟁위 범위를 분명히 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쟁의 형태 양태를 현실화한 것"이라며 "임금 문제에 국한되면서 단체 협약 위반이나 제반 사항에서 불법 행위라고 법적 분쟁 있었던 부분을 근로조건이라는 포괄적인 조건으로 노동쟁위 범위를 확정해 준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이 법은 1996년 날치기 노조법 때 갑자기 변경됐던 법 조항"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일이 발생해도 각 손해에 배상의무자에 대해 배상의무자별 귀책 사유나 기여도 등으로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해배상 청구 시 연대 책임을 지게 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배상의무자가 어떤 불법을 해 어떤 피해를 청구할지 분명히 정해 청구하라는 것"이라며 "과도한 손해배상 폭탄으로 노조를 말살하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없애기 위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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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는 노동자 신원보증인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김 의원은 "(신원보증인에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봉건적 제도"라면서 "쟁의 행위의 모든 사항까지 손해배상을 신원 보증인으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근래 법체계 등에서 많은 부분 지양하고 있다"며 "이제 변경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동안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는 이날 포함해 4차례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여야 간 견해차가 커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분위기는 지난달부터 바뀌었다. 논의의 전환점이 된 건 지난달 12일 서울행정법원의 CJ대한통운 1심 판결이다. 해당 재판에서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판결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입법 추진의 동력을 얻었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CJ 택배기사 1심 판결이 의미하는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개최하고, 당내 단일 안을 만드는 등 속도를 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도 '사용자 범위 규정(노조법 2조)'에 있어서는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 반대하는 기류가 굉장히 컸던 걸로 안다"며 "이번 CJ 판결이 하나의 근거가 되어 전환점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최소한 국회가 법원보다 나가지는 못해도 판례라도 따르는 수준으로 법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학계와 노동계에서는 이미 법원 판례 등이 세워지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었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박수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 입법이 없다면 기업과 노조가 싸우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노사관계가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했다. 법조계에서도 판례가 있더라도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 모두 법원의 문을 두드려,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며 5~6년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했다.


실제 개정까지는 여전히 갈 길 멀어

개정안이 실제 기능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법안 처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은 거대 정치노조인 민주노총의 청부입법에 불과하다는 것이 너무 명백하다"며 "민주당은 민노총만 바라보며 불법파업조장법, 민노총방탄법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사용자 규정이 모호해짐에 따라 "현장에서 노사 간 갈등과 혼란이 예상되며 불법파업을 합법파업으로 둔갑시키고, 불법행위에 대한 공동책임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안건조정위원회를 요청함에 따라 일단 안건조정위 절차를 거친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인, 국민의힘 2인, 정의당 1인의 구성으로 위원이 구성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1일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요청하면 열어야 하기 때문에 안건조정위에서 결론나는 것을 가지고 21일 전체회의에서 그 안을 가지고 표결 처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환노위에서도 야당이 다수인 탓에 처리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이 남아 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라는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양곡관리법처럼 60일 경과 규정에 따라 환노위가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방안 등이 남아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어 실제 법개정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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