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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모펀드]①수익률 2.7%인데, 이마저도 절반은 수수료..남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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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ETF·사모펀드에 밀려 쪼그라들어
증시 저평가 해소, 균형 성장 등 위해 활성화 필요

[위기의 공모펀드]①수익률 2.7%인데, 이마저도 절반은 수수료..남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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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뭉칫돈이 풀리면서 온기가 도나 싶었던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지난해 증시 부진 과정에서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공모펀드 운용자산(AUM)은 283조1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9.3%(28조9000억원)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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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하다. 수익률은 쥐꼬리 수준인데, 총보수 등은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3299개) 중 1년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상품은 5%(161개)에도 못 미쳤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최대 연간 1.5%(오프라인 C클래스 주식형 기준) 안팎의 총보수를 내야 한다.

계륵처럼 보이지만 공모펀드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스피 3000 돌파·안착, 증시 균형을 위해 공모펀드가 유용하다. 공모펀드는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증시가 부진할 때 지수를 끌어올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요즘 대세로 떠오른 상장지수펀드(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이어서 시장의 방향을 바꾸긴 어렵다.


상품 종류 많고 수수료 싼 ETF 시장 해마다 커져

그러나 동학·서학·중학개미 등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속 터지는 공모펀드에 돈을 넣는 대신 주식을 직접 거래하거나 ETF로 눈을 돌렸다. 주가·원유·금 등의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증권사 등에서 팔지만 일반 종목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특히 공모펀드 대비 수수료가 싸고 주식처럼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다. 공모펀드 못지않게 분산투자 효과를 낼 수 있고,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도 낮추기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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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2018년 말 40조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총액은 이달 14일 기준 9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퇴직연금 기반의 ETF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채권 ETF가 각광을 받으면서 기관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편의성·접근성이 우수한 ETF는 국내 도입 이후 연평균 3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ETF의 순자산총액 100조원 시대가 눈앞이라고 기대한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 본부장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현재 증가 추세로 볼 때 2027년 무렵 200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성장한 사모펀드도 공모펀드 위협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도 공모펀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모펀드 운용자산은 283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9.3%(28조9000억원) 줄었다. 이와 달리 사모펀드의 운용자산은 같은 기간 9.3%(48조3000억원) 늘어 5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고 운용하는 펀드다.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은다.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한다. 공모펀드는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고 운용하는 펀드다. 개인 투자자 대상이며, 중수익·저위험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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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의 순자산 총액이 사모펀드에 뒤진 첫 해는 2016년이다. 2015년 말 213조7869억원이던 공모펀드 순자산총액은 2016년 말 212조2156억원으로 조금 줄었다. 이와 달리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199조7984억원에서 250조179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공모펀드는 제자리걸음을 했고, 사모펀드는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사모펀드 순자산총액은 2015년 말 199조7984억원에서에서 지난해 말 566조961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수익률 낮은데 운용보수는 내야 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에서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전통적으로 공모펀드는 중위험·중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처로 꼽혔다. 전문가에게 맡겨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3299개 중 161개만 1년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렇게 수익률은 쥐꼬리 수준인데 선취수수료를 떼고도 연간 보수를 내야 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펀드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수익률이며, 더불어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과 투자 타이밍 등 운용 역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모펀드는 대부분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이 투자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 위원은 "액티브 펀드의 평균적인 운용 성과가 기준 지표(벤치마크) 지수에 미치지 못해 많은 투자자가 실망해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모펀드 시장 부진의 또 다른 요인으로 판매 시장의 경직성도 꼽는다. 공모펀드는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지만 주로 은행·증권사에서 판다. 이들은 대가로 판매보수를 받는다. 판매보수의 수준은 해당 펀드의 집합투자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진다. 이에 따라 모든 판매회사는 동일 펀드와 동일 클래스에 동일한 판매보수를 수취해야 한다. 판매회사 간 가격 경쟁이 전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판매시장의 경직성은 공모펀드의 높은 판매보수 수준과도 관련 있다. 이미 굳건한 지위를 구축한 대형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를 전략적으로 밀어줄 유인이 크다. 대형 금융회사에서 펀드를 많이 팔게 하려면 자산운용사로서는 판매보수를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증시의 균형 성장, 저평가 탈피 위해 공모펀드 살려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은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부활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단점과 허점이 많은 공모펀드를 왜 굳이 살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스피 3000 돌파·안착, 증시 균형을 위해서는 간접투자의 대표주자인 공모펀드의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장기 투자 성격의 간접투자 자금이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증시로 유입돼야 국내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은 공모펀드의 부활을 위해 리테일 비즈니스를 강화했다. 개인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리테일사업부 대표로 옮긴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증권은 리서치센터를 WM그룹 산하가 아닌 대표이사 직속 독립조직으로 바꿨다. 권민경 연구위원은 "공모펀드는 안전한 간접투자상품으로 꼽힌다"면서 "공모펀드 침제가 길어지면 성과 하락→신뢰 상실→자금 순유출의 악순환이 이어져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증시의 균형에도 공모펀드가 필요하다. 금융투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ETF는 여러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이어서 증시가 부진할 때 방향을 바꿀 동력이 되기 어렵지만 공모펀드는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시장을 끌어올릴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려면 수익률 제고가 필수라고 말한다. 권민경 연구위원은 "운용역량 강화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자산운용사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 수익률 향상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의 낮은 기대수익률을 보완하기 위한 해외 자산 투자역량 강화, 자산배분 역량 내재화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펀드 수익률을 제고하지 않으면 시장이 성장할 유인이 줄어든다"며 "벤치마크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 수익률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수 부산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식형 공모펀드의 침체 진단과 활성화' 온라인 정책 심포지엄에서 "펀드 수를 줄이고 규모를 키워야 하며, 고도의 분산투자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글로벌 펀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민경 연구위원은 "별도의 자문이나 권유 없이 단순 판매 서비스만 하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거나 저비용으로 자동화된 자문을 제공하는 판매채널 확대하는 등 경쟁 촉진책도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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