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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파동 뒤에는 홍준표도 날린 '공관위 칼날' 공포

최종수정 2023.01.26 06:00 기사입력 2023.01.26 06:00

나경원 때리기 본질은 내년 공천 걱정
2020년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컷오프
내년 총선도 컷오프 공포 재연 가능성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은 여권의 복잡미묘한 권력 구도를 반영한 결과다. '이런 전대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보수정치의 아이돌 대접을 받았던 정치인 나경원을 향한 집단 공격은 한국 정치사에 기록해도 될 정도로 가혹했다.


대통령실이 여당 전대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행위는 정치적인 부담 요인이다. 훗날 2023년 정치를 복기할 때가 된다면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부담에도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대통령실 쪽에서 사실상 종용한 것은 오는 3월 전대의 밑그림과 관련이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확실히 밀어주는 여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으로 국민의힘 전대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히 당 대표를 차지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내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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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형태의 친윤 정당이 아니라 확실한 친윤 정당으로 만들려면 여당의 총선 승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친윤 후보들이 대거 공천받는 게 중요하다.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등 경기도의 유리한 지역 그리고 부산 대구 등 영남권 지역구에 친윤 후보들이 대거 공천받는 그림. 이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에게는 공포 요인이다.


정당은 공천 시스템에 따라 정치인들의 행보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총선 후보를 선택한다면 현역 의원들이 불리할 게 없다. 반대로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당 주류의 입김이 공천을 좌우한다면 어떤 의원도 자기의 공천을 확신할 수 없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때리기'에 집중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정치적인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서 내년 공천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이다. 나경원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고 공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보다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포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최근 총선인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벌어진 모습 때문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가 칼날을 쥐고 있었다. 공관위가 휘두르는 칼날에 정치 거목들도 쓰러졌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021년 11월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회를 방문, 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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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 홍준표가 대표적이다. 2017년 보수정당 명맥을 이어온 정당의 대선 후보까지 올랐던 정치인 홍준표는 2020년 공천에서 탈락했다. 정치인 홍준표는 현재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광역시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려운 선거를 이어간 끝에 38.5%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정치인 홍준표가 생환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정치적인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선 잠룡으로 평가받는 경남도지사 출신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당 대표 경쟁에 뛰어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공통점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태호 의원은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지역구 무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윤상현 의원도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윤상현 의원은 초박빙 승부 끝에 어렵게 승리했다. 김태호 의원도 미래통합당 후보와 접전 끝에 생환했다.


정치인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의 사례는 공관위 칼날 앞에 누구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친윤이 예상대로 당권을 쥔 이후 공관위 칼날을 행사하게 될 경우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국민의힘 의원, 특히 당선이 유력한 알토란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9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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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그동안 이끌었던 유력 정치인들도 안심할 수 없다. 전대 파동의 당사자인 나경원 전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5일 불출마 선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입니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간직해야 합니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여의도 정치 경력이 20년에 이르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정치적인 함의가 배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질서정연한 정당의 모습도 좋지만 무질서한 생명력을 통한 정당의 역동성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총선이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중진 정치인의 고언(苦言)이 당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야말로 뒤를 살펴야 하는 시점인데,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있을 때는 그걸 잊기 쉽다는 게 문제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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