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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도 피가 모자라…'동물 헌혈' 문화 확산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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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공혈 동물'이 혈액 공급
치솟는 수요 감당하기 힘들어
동물 '헌혈 기부 문화' 장려 움직임

"개나 고양이도 수혈을 받는다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30대 A씨는 최근 친구가 '수혈용 고양이 피'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개나 고양이도 몸이 쇠약해지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면 외부에서 피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국내엔 동물 혈액 저장량이 적어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A씨는 "언젠가 내 고양이도 병으로 쓰러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럼 나도 고양이 피를 찾아다녀야 할 것"이라며 "동물은 혈액형 가짓수도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데 위급 상황에 제때 조달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전체 국민의 30%에 달하지만, '동물 수혈'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현재 국내에서 동물의 피는 채혈 용도로 사육된 '공혈 동물'에게서 시행하지만, 제대로 된 수혈 네트워크 없이는 수요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도 '긴급 수혈' 필요할 때 있다
한국헌혈견협회 427호 헌혈견 라프가 헌혈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헌혈견협회

한국헌혈견협회 427호 헌혈견 라프가 헌혈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헌혈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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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빈혈 증세를 보이거나, 사고로 인해 피를 흘리거나, 출산으로 대량의 혈액을 잃을 때가 있다. 심지어 개는 양파 등 특정한 식품을 먹으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증상을 앓기도 한다. 그럴 때면 동물도 인간 환자처럼 수혈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현재로선 '동물의 피'를 구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혈액형이 걸림돌이다. 개는 무려 13종류의 혈액형을 갖고 있으며, 각 혈액형에 따라 분포율도 가지각색이다. 고양이는 A, B, AB 등 총 세 개의 혈액형이 있으나 A형이 90%, B형이 10%, AB는 1%가 채 안 되는 극단적인 비율로 인해 모든 혈액형의 피를 저장하기 힘들다.



동물의 피를 구하는 방법도 한정돼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일반 동물에게서 피를 뽑는 일을 금하며, 대신 치료나 수술 목적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가한다. 이같은 법적 근거를 통해 사육되는 개나 고양이가 채혈용 동물인 '공혈 동물'이다. 현재 공혈 동물은 동물병원이 자체적으로 기르거나, 혹은 '한국동물혈액은행' 등 민간단체가 사육한다.


채혈용 공혈 동물, 복지·피 관리 모두 미흡
반려동물 수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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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려동물 수가 늘면서 수술에 필요한 동물용 피의 양도 급격히 늘었다. 혈액은행이나 일부 동물병원 공혈 동물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공혈 동물의 취급도 문제다.


현재로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공혈 동물 사육 및 채혈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공혈견, 공혈묘가 피를 뽑히느라 혹사당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또 채혈된 피의 품질 관리도 어려운 셈이다.


국회에선 공혈 동물의 복지와 채혈 과정을 정부가 감독하는 내용이 골자인 '인도적 동물 혈액 채취법'을 2019년 발의했으나, 입법화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동물 헌혈'로 혈액 공급 해결해야
2019년 광주 광산구 광주동물메디컬센터에서 헌혈 캠페인에 참여한 반려견의 피를 뽑고 있다. 당시 캠페인은 호남 최초로 열린 반려견 헌혈 기부 행사였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광주 광산구 광주동물메디컬센터에서 헌혈 캠페인에 참여한 반려견의 피를 뽑고 있다. 당시 캠페인은 호남 최초로 열린 반려견 헌혈 기부 행사였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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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공혈 동물의 채혈 부담을 줄이면서 혈액 공급량도 늘릴 수 있을까. 동물 전문가는 반려동물의 '자발적 헌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인간이 헌혈 기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수혈용 피를 기부하듯, 동물도 조금씩 자신의 피를 나누면 훨씬 원활한 수혈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은 이미 동물 헌혈 기부도 보편화된 상태다.


이미 일부 민간단체, 동물 보호 단체 등은 반려동물 헌혈 기관을 수립했다. 지난해 건국대 동물병원에 설립된 국내 최초 반려동물 헌혈의집 'KU 아임도그너 헌혈센터'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반려동물 헌혈 문화를 장려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공혈 동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 피를 채취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대신 국가 또는 지자체가 반려동물 헌혈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 의원은 "원활한 혈액 공급이라는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공혈 동물은 법의 사각지대로 더욱 내몰릴 것"이라며 "개정안을 통해 반려동물 헌혈의 중요성과 의미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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