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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정치학]평산마을은 조용한 책방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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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민주당 구심점 '평산마을'
"책방 일을 하며 같이 책 읽기 하고 싶다"
총선 앞두고 또 하나의 정치 진지 가능성

[사저정치학]평산마을은 조용한 책방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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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강주희 기자]

편집자주해마다 새해가 되면 정치 지도자 자택은 방문객으로 붐빈다. 계파정치 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그곳에 한국 정치의 주역들이 모여들었다. 자택이 속한 지역은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돼서 정치의 한 축을 이뤘다. 동교동과 상도동, 봉하마을, 평산마을 그리고 달성군과 논현동 등 전직 대통령 주거지를 중심으로 ‘사저 정치학’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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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책방 일을 하고, 책을 권하고 같이 책 읽기를 하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6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계획을 전했다. 책을 주제로 한길사 김언호 대표와 3시간 인터뷰를 했다. 핵심은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내겠다는 내용이다. 평생을 법조인을 꿈꾸며 살다가 2011년 여의도 정치와 인연을 맺은 문 전 대통령.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힌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 그는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 삶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책방을 통해 마을주민 그리고 평산마을을 찾는 사람들과 호흡할 생각이다.


그런 삶은 정치라는 거대한 굴레에서 그를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도 정치 구력(球歷)이 10년을 넘었다. 정치라는 게 인간의 삶과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최고 권력이라는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그 행위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에 이미 많은 게 녹아 있다. 이날 인터뷰는 비정치적인 물음을 전제한 대화였지만, 전직 대통령의 인터뷰는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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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는 평산마을 운명과도 맞닿아 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그러했던 것처럼 평산마을도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공간이 됐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당 지도부와 함께 평산마을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과 밝게 웃는 이 대표의 사진이 공개되자 여의도는 술렁였다.


정치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평산마을 방문 사실을 자세히 전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치의 일환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의 식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재임 시절 함께 했던 정부 고위 인사들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새해 인사의 일환으로만 볼 수 있을까. 사진에 등장한 인물 중에는 현역 정치인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본의와 무관하게 그는 이미 정치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구상처럼 평산마을이 조용히 함께 책을 읽는 공간이 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 전 대통령과 그의 주변부를 향해 검찰 수사의 칼날이 본격화할 경우 '서초동의 냉기'는 평산마을의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다.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평산마을에 부여될 정치적 위상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계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둘로 갈라졌다. 당시 두 후보 쪽의 갈등을 둘러싼 감정적인 앙금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지지자들 사이에도 그대로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  마중나온 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 마중나온 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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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마을의 정치적 위상이 커지더라도 친노를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봉하마을 사례와는 다른 그림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특성상 친문을 단일대오로 엮는 정치 행위를 주도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친문의 좌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사면은 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은 상황도 변수다. 정치인 김경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에는 현실상 제약이 많다. 다만 총선 공천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평산마을의 움직임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사람들은 평산마을에 다녀온 사실을 당내 경선과 총선 본선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웃으며 찍은 사진 하나가 ‘사실상 지지’라는 정치적인 언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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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따라 평산마을이 하나의 정치적인 진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내각의 주요 인사와 청와대 수석 등이 참여한 정책포럼인 '사의재'가 18일 공식출범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는데, 활동의 내용과 방향에 따라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사의재 멤버들이 평산마을에 자주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서울 광진구을 국회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치) 공간적인 상황을 본다면 봉하마을이 훨씬 크다. 평산마을은 개인적인 공간, 사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 최고위원은 “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면서도 “(평산마을이) 정치적인 의미를 뺄 것인지, (정치적으로 해석될 바에야) 정치적인 의미를 띨 새로운 여지를 줄 것인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하실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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