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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밑동 잘린 크리스마스트리가 부른 친환경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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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초 뉴욕 맨해튼 주택가 거리에서 판매 중인 크리스마스 장식용 생나무들

작년 12월 초 뉴욕 맨해튼 주택가 거리에서 판매 중인 크리스마스 장식용 생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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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크리스마스시즌을 앞둔 지난해 말, 뉴욕 맨해튼 주택가에는 특이한 노점상들이 대거 등장했다. 밑동을 자른 '크리스마스장식용' 생나무 수십여 그루를 거리에 늘어놓고 파는 상인들이었다. 몇 블록에 1명꼴로 위치한 이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대체 이 많은 나무들은 어디서 베어왔을까, 이 많은 나무들은 누가 사갈까. 팔리지 않은 나무들은 어떻게되는 걸까.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이번 주, 맨해튼 거리 곳곳에 다시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등장했다. 즐거운 연말연시를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이제 효용을 다하고 버려진 것이다. 내가 거주중인 빌딩에서도 이번 주(6~14일)에 트리를 수거할 예정이니 각종 장식을 제거하고, 지정된 대로변 구석에 내어두라는 뉴욕 위생국의 공지가 붙었다. 버려진 나무들은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1월초 뉴욕 맨해튼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버려져있다.

1월초 뉴욕 맨해튼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버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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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크리스마스 장식에 ‘진심’인 나라는 없을 것이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홀리데이를 맞아 집 안팎을 꾸미기 바쁘지만, 절정은 단연 크리스마스다. 인조 트리를 주로 이용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엔 자연산 생나무로 직접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집이 많다고 한다. 전미크리스마스트리협회(NCTA)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500만~3000만그루의 크리스마스트리가 판매되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12월이 되면 교외 트리농장을 찾아 함께 나무를 택하고 직접 톱으로 베어가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곳 뉴욕주에만 무려 875개의 트리농장이 위치해있고, 뉴욕주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주협회도 존재한다. 맨해튼 주택가 곳곳에 늘어선 노점상, 홀푸드 등에서 판매하는 생나무는 ‘성수기’를 맞이한 이들 농장에서 온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 지정된 날짜에 도로변에 버려진 이들 나무들은 이제 뉴욕시 위생국의 몫이 됐다. 수거된 크리스마스트리는 분쇄된 이후 잎과 섞여 뉴욕시 곳곳의 공원, 정원을 위한 퇴비로 활용된다. 또한 강, 호수에 뿌려서 생물을 위한 서식지 조성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미국 친환경단체 더 네이처 컨서번시의 빌 울펠더 전무이사는 “자연산 나무는 크리스마스 이후, 또 다른 삶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멀치 페스트(MulchFes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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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리 꾸미기에 진심인 미국 내에서는 매년 겨울이면 논쟁이 반복된다. 생나무와 인조나무 중 어느 것이 더 환경을 위한 결정이냐를 두고서다. 올해 인조트리를 장식한 30대 주부 세라씨는 “크리스마스트리(생나무)를 사온 후 ‘나무가 불쌍하다’며 대놓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매년 수만그루의 나무를 자르는 것 자체가 끔찍한 환경훼손이라는 주장이 그 출발선이었다.

하지만 친환경단체 더 네이처 컨서번시는 생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이용하는 것이 인공트리보다 더 지속가능한 결정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우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조트리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막대한 탄소배출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트리농장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를 벤 자리에 1~3개의 묘목을 심는다. 더 네이처 컨서번시는 “이는 더 많은 나무가 기후 변화에 맞서고 깨끗한 공기와 물, 야생 동물 서식지, 건강한 토양 등 자연에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 전역의 트리농장에서 자라는 5억그루 중 크리스마스트리용은 3000그루 상당뿐”이라며 “미 산림의 절반 이상이 개인 소유인데, 진짜 나무를 구매하는 것이 농가를 지원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숲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인조트리를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이러한 탄소배출 균형은 뒤집어 질 수 있다. 2009년 발표된 한 심층연구에서는 인조트리를 20년동안 사용하면 생나무보다 탄소배출 측면에서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조사에서 미국 내 인조트리 이용자의 절반 가량은 이미 구입한 인조트리를 10번 이상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미 인조트리를 구입했다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매사추세츠 자연보호협회의 산림생태학자인 앤디 핀튼은 기후변화 측면에서 인조트리냐, 생나무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평가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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