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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를 사봐야 진짜를 구별하는 눈이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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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문화재단, 민속품 감정 전문가 양의숙 소장품展
산문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 출간 기념
제주반닫이, 염주함 등 소장품 40여점 공개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가짜(고미술품)를 사보면 비로소 진짜를 알아보는 안목이 생긴다. 진짜를 알기 위해 가짜를 사는 건 권하기 어려운 위험한 모험이지만, 나도 과거의 그런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됐다.”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친숙한 양의숙 예나르 대표가 회고록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출간하고 소장품전을 개최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친숙한 양의숙 예나르 대표가 회고록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출간하고 소장품전을 개최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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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양의숙 예나르 대표는 좋은 고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래 보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 조언한다.

“가짜는 처음 봤을 때 유독 예쁘게 보인다. 구매자가 100만원짜리를 50만원에 구매하고자 할 때 가짜의 위험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그는 “나는 마음에 둔 작품이 생기면 사흘 정도를 가서 지켜본다. 어제 본 게 오늘 또 다르고, 작품에 관해서 공부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명품의 진가가 드러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은 양 대표의 고미술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좋은 고미술품은 ‘내 이야기가 담겨있는 기물’이라 말한 그는 먼저 제주 알반닫이를 두고 “45년 전, 딸을 낳고 조리 중인 저를 위해 어머니께서 고향인 제주에서 직접 이고 오신 가구”라고 소개했다. 양 대표는 알반닫이를 아이 머리맡에 두고 배냇저고리와 기저귀를 넣어두고 사용했는데, 첫 아이를 키우며 있었던 일과 어머니의 사랑을 지금도 오롯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알반닫이, 조선 19세기, 나무에 무쇠장석, 53.5×28.5×36(h)cm [사진제공 = 가나문화재단]

제주 알반닫이, 조선 19세기, 나무에 무쇠장석, 53.5×28.5×36(h)cm [사진제공 = 가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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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으로 꼽은 염주함은 우연한 기회에 만나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금을 팔아 구입했다고 한다. “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어 염주를 보관하게 제작한 이 함은 주칠을 한 뒤 경첩과 자물쇠를 속에 못을 박아 달고 옻으로 표면을 칠해 못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한 여말 선초 시기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가 처음 구입한 전통 목가구 ‘너말들이 뒤주’는 조선시대 콩이나 팥 등 잡곡을 보관하던 통이었는데 정교한 계량이 되게끔 제작됐다고 한다. 집에서 실제 쌀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나무가 습도를 조절하는지 한 번도 벌레 생기는 일이 없었다는 뒤주에 대해 그는 “당시 집집이 다니는 상인으로부터 쌀을 샀는데 뒤주에 부어보니 위에 한 뼘이 모자라 그를 불러다 부족한 양을 다시 채울 수 있었다”며 정확한 계량으로 사기꾼을 막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미국까지 건너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삼층화초장을 두고는 ‘장성한 아들이 돌아온 듯’했고, 진품명품에서 직접 감정한 안동 어느 가문의 약과판은 수년 후 다시 그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한국 고미술 전문 컬렉터였던 미국인 로버트 무어로부터 구입한 담배합은 장석을 섬세하게 투각한 숭숭이 반닫이로도 유명한 평안도 박천 지방의 것으로 우리 고미술의 반쪽이 북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고 했다.

염주함, 여말선초, 행자나무, 19×19.5×5(h)cm [사진제공 = 가나문화재단]

염주함, 여말선초, 행자나무, 19×19.5×5(h)cm [사진제공 = 가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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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유물이 우연한 기회로 내 것이 되었을 때 “그 희열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고백한 그는 “조상들이 쓰던 물건에 내 손때가 묻고, 그런 기운을 품은 기물이 다시 후손에게 전해졌을 때 이 고미술품을 그들이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양 대표의 회고록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까치글방) 출간을 기념해 기획됐다. 가나문화재단의 '문화동네 숨은 고수들' 기획으로 출간된 책에서 양 대표는 반닫이부터 달항아리, 목침, 채화칠기장 등 다양한 고미술품을 통해 그와 함께해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웅숭깊게 펼쳐낸다.


김형국 가나아트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양 대표의 평생에 걸친 배움과 함께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이 그대로 담긴 전시”라며 “다양한 소장품을 통해 한국 문화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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