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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저임금 타파…日기업, 보수체계 수술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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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스토리, 글로벌 기준에 급여체계 통일
히타치, 직무급 도입 전사로 확대
국가간 임금 격차로 인재 영입 난항
직원 이탈로 기업 생산성 감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신입사원 일괄 채용 중심의 고용 관행을 없애고 대대적인 보수체계 개편에 돌입했다. 30년간 제자리인 임금 상승률과 경직된 고용 체계로 생산성이 연일 하락하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 대비 낮은 임금을 끌어올리고 능력 중심의 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등 자국의 인재 이탈을 막을 대책 강구에 나섰다.


◆화스토리, 연봉 40% 인상…글로벌 기준에 맞춘다
화스토리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화스토리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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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화스토리)은 오는 3월 국내와 해외 지사 직원들의 급여제도를 전면 통일하기로 했다. 유럽과 미국 직원의 연봉이 일본 현지 직원들의 임금 수준보다 높아 일본 지사의 연봉 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금 체계 개편에 따라 화스토리 본사와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일본 직원 8400여명의 연봉이 최대 40%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월급은 월 25만5000엔(약 240만원)에서 30만엔(약 283만원)으로 오른다. 입사 1~2년차 신입 점장은 월 29만에서 39만엔으로 임금이 인상된다.


화스토리가 이처럼 임금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사측은 기본급 외에 직무나 근무지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해왔는데 3월부터는 능력과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화스토리는 이번 임금체계 개편으로 국내 인건비가 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경우 인건비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연공서열·공채 중심 고용 체계 바꾼다…직무급 도입
일본의 전자기기 제조 기업 '히타치'

일본의 전자기기 제조 기업 '히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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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은 연공 서열과 신입사원 공개 채용 중심의 오랜 고용체계를 바꿔나가고 있다. 일본의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히타치 제작소는 지난 1일 직무형 고용제도를 그룹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히타치는 450종류의 직무별 역할을 명시하고 이에 맞춰 인재를 채용할 방침이다. 이미 히타치 제작소의 해외 자회사 620여곳은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히타치 제작소는 해외 자회사에서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려면 동일한 고용체계를 갖추는 것이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일본보다 임금이 높은 미국 지사에서 일본 지사로 직원을 이동시킬 경우 해당 직원의 모국 수준에 맞춰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의 제약회사인 아스텔라스 제약 또한 2021년부터 부장급 이상의 사원을 대상으로 전 세계 공통 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이달부터는 각국의 물가상승률에 맞춰 일본은 2%, 유럽 일부 지역의 지사는 6%씩 임금을 인상한다. 아스텔라스 제약은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외 지사 간의 자유로운 인사이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저임금으로 인재 영입 난항…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일본 도쿄의 시부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시부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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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30년간 제자리를 맴도는 임금 상승률로 해외와의 급여 격차가 벌어지면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화스토리는 2016년부터 인턴으로 채용한 대학생들을 미국 등 해외 매장에 파견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들이 실제 입사를 결정하는 비율은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근무하는 화스토리 사원의 평균 급여는 959만 엔으로 일본 유통업계 최고 대우이지만 일본의 종합상사, 외국계 기업의 임금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엔화 가치마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해외 인재 영입에도 애를 먹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에서 받은 급여를 달러로 환산할 경우 액수가 적어지면서 일본행을 택하는 인재들이 줄었다.


경직된 임금 체계와 그로 인한 인력 배치의 어려움으로,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일본 노동생산성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하락한 생산성을 높이고자 세계를 상대로 인재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주요국에 비해 일본의 급여, 평가 체계가 경직되면서 우수 인재 영입에 실패하고 원활한 인력 배치에서도 뒤떨어지고 있다"며 "좋은 인재를 얻으려면 급여 수준을 세계 수준과 동일하게 맞춰 국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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