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 격차 역대 최대

매매 대비 가파른 전셋값 하락 때문
"자금력 없이는 서울에서 매매 전환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전세 시세가 매매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원, 전세가격은 2076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전세 간 격차는 2159만원으로,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매와 전세 모두 약세를 보였는데, 전셋값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격차를 키웠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매매가 1.45%, 전세가 3.91% 하락했다. 전셋값 하락은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는데 갱신청구권 사용, 대출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월세 전환 증가로 신규 전세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집값 하락기에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 전세로 선회하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 공급은 늘며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 전용 84㎡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차이는 평균 7억여원 수준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세입자가 매수로 전환할 때 상당한 자금력이 요구된 셈이다.

매매와 전세 간 가격 격차가 줄면 매매 시 자금부담이 줄기 때문에 매매 거래가 더 늘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496만원으로 낮았던 2015년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만225건으로 2006년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금을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한 갭투자자나 매수 전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격차가 크게 벌어진데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전환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