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예산서 '시장' 선언…백종원의 새로운 도전

2019년 삭막해진 전통시장에 충격
3년 준비 끝에 예산시장 내 5개 점포 오픈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자체 책임자인 시장(市長)이 아닌, 전통 시장(市場)을 살리겠다는 의미다. 2019년 삭막해진 전통 시장을 보고 충격을 받은 백 대표는 장장 3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는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백종원 시장이 되다'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예산군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백 대표가 직접 시장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나섰다. 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를 이뤄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심화하고 있는 지방 소멸 문제 때문이다. 그는 "추억이 있던 곳(예산시장)인데 와서 보니 곳곳에 '임대'가 붙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지역이 이렇게 힘들어졌구나. 이러다 잘못하면 지역이 없어지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고향인 충남 예산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섰다./유튜브 채널 '백종원' 영상 캡처

백 대표는 폐점포를 인수해 옛 시장 느낌을 살리면서도 트렌드에 맞게 리모델링했다. 식당 5곳은 이날 처음 오픈해 손님들을 맞았다. 창업 점포는 금오바베큐(닭바베큐), 신광정육점(부속고기), 선봉국수(파기름국수, 잔치국수), 시장닭볶음(꽈리고추 닭볶음탕), 불판빌려주는집(상차림, 쌈채소) 등이다.

백 대표는 그동안 지역 상권과 특산물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지역 특산물·농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연구하는 '맛남의 광장', 식당 솔루션을 통해 골목 상권을 살리는 '골목식당'이 대표적이다. '골목식당'의 경우 화제성과 더불어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식당의 성공이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주인이 가게를 떠나는 부작용 발생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에선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이번에 시장에서 새로 문을 연 점포들은 백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산학원에서 전부 매입했다.

그는 "(골목식당을 할 때) 젠트리피케이션(낙후한 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현상)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라며 "억지로 다른 매장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점포 매입을 통해 임대료 인상)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