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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어디에 잠들어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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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의 돋보기]
1909년10월 하얼빈 의거
이듬해 3월26일 순국
일본 은폐로 유해 못 찾아
뤼순감옥 인근 둥산포 언덕 추정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

"현재 안중근의 시신은 일본에 의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매장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행방이 묘연하다. 안중근, 그는 아직도 독립을 이룬 그의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영화 '영웅'中)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순국에 이르기까지 그린 영화 '영웅'의 윤제균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이같이 적었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왜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아야 할까. 안 의사는 누구일까. 순국한 지 112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고국에 잠들지 못하셨을까.


영화 '영웅' 한 장면. 사진=CJ ENM

영화 '영웅' 한 장면.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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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조선총독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열차에서 내렸다. 의장대 사이로 번개같이 튀어나와 그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긴 서른살 청년, 안중근 의사다. 저격에 성공한 후 하늘을 향해 '꼬레아 우라'(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세 번 외친 후 순순히 체포됐다.

이후 안중근은 일본 제국 정부에 넘겨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뤼순(旅順)감옥에 수감됐다. 세계 여러 열강의 관심이 쏠렸다. 하얼빈 이론 총영사관에서 일본 검사와 안중근이 마주 앉았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15가지 이유를 막힘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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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둘, 1905년 11월 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든 죄|셋, 1907년 정미7조약을 강제로 맺게 한 죄|넷,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다섯, 군대를 해산시킨 죄|여섯,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죄|일곱, 한국인의 권리를 박탈한 죄|여덟, 한국의 교과서를 불태운 죄|아홉, 한국인들을 신문에 기여하지 못하게 한 죄|열, (제일은행) 은행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열하나, 한국이 300만 영국 파운드의 빚을 지게 한 죄|열둘,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열셋,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정책을 호도한 죄|열넷, 일본천황의 아버지인 고메이 천황을 죽인죄|열다섯, 일본과 세계를 속인 죄 등이다.


대한제국 의병 참모중장 안중근은 재판 내내 '군인' 신분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하는 도중,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다 포로가 된 것이기에 만국공법과 국제공법으로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공정할 리 없었다. 일제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에 관여했다.

1910년 2월14일

안중근 의사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어머니 조마리아(1862~1927) 여사는 아들에게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는 뜻을 전한다. 안중근은 죽기 전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래픽 문지원. 사진출처=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그래픽 문지원. 사진출처=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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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3월26일

안중근 의사는 처형됐다. 이후 일본이 뤼순감옥 북쪽 야산 어딘가에 유해를 묻었다는 당시 간수들의 증언이 나왔다. 1945년 해방 후 돌아온 백범 김구는 이듬해 6월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 독립운동 의사의 유해를 일본에서 찾아온 후 효창공원에 안장하였고, 그 옆에 언젠가 안치될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만들었다. 1949년 암살당해 세상을 떠난 김구 선생도 이곳에 안장됐다.


2008년

남북 정부는 2008년 광복 이후 처음으로 1차 발굴 작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안태근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회장은 "당시 정부가 발굴 작업을 진행했던 곳은 일본인 공공묘지로, 태평양전쟁 직전에 일본인들이 유해를 파서 본국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굴 작업을 벌였던 지점과 반대 방향으로 500m 떨어진 곳에 유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현장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지난해 10월 의미 있는 사실이 전해졌다. 국가보훈처는 옛 만주 지역신문 성경시보의 기사를 사실로 확인했다.


"뤼순감독 형무소장이 하얼빈산 소나무로 만든 관에 안중근 의사 유해 안치하고 흰 천을 씌우도록 허락했다."(성경시보, 1910년3월30일자 기사)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성경시보 기사. 사진=성경시보(국가보훈처)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성경시보 기사. 사진=성경시보(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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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여순 감옥 공동묘지가 인근 동산포 언덕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유언대로 고국에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배우 정성화는 "영화 마지막 문구가 언젠가 사라질 날을 기다린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안중근의 하루빨리 고국에 돌아와 올곧은 정신과 철학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뭉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마리아 여사로 분한 나문희는 "나쁜 사람들이 유해를 아무 데나 묻었다"며 숨을 내쉬었다. 이어 "유해보다 중요한 건 안중근의 정신과 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安重根義士遺墨-爲國獻身軍人本分)

안중근이 사형 집행 전 남긴 마지막 유묵(보물 제569-23호)이다. 이는 1910년 3월 뤼순감옥 경수계장 나카무라에게 써준 것으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뜻이다. 사형이 집행되자 안중근의 동생들은 형의 시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묘지가 항일운동의 성지가 될까 두려웠던 일본은 끝까지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왜 안중근을 기억해야 할까. 영화 '영웅' 개봉 소식을 접한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글을 게재했다. 테러리스트를 영화화했다며 황당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K콘텐츠가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기에 자신들의 과오가 제대로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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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남겨진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회유와 협박이 이어지길 30년. 안중근 의사를 흉악한 살인범으로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왔다"고 말했다. 세고 히로시게 전 일본 관방부 부장관도 "우리는 안중근을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발언해 비판받았다.


우리는 2023년 일본인들이 안중근 의사를 왜곡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그래서 더는 역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강하게 맞서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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