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각 부처에 '의안추계 협조하라'
정부도 국회도 비용 모른 채 입법 시도
국회사무처 "규정 안 지키면 접수 안돼"

올해부터 예산계획 없는 ‘깜깜이 입법’ 안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올해부터 정부·국회가 재정계획 없이 법안을 내는 ‘깜깜이 입법’ 시도가 어려워진다. 세금을 투입하는 정책인데도 예산을 따지지 않고 제출하는 법안이 상당수여서다. 바뀐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정부·국회를 막론하고 법안접수가 불가능해질 방침이다.


3일 각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법제처로부터 전 부서에 ‘의안의 비용추계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양식에 맞춰 비용추계서가 작성되도록 협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나 국회는 법안을 만들 때 세입·세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하는 ‘비용추계서’를 써야 한다. 안보·군사 정책이거나 비용추계가 어려우면 ‘미첨부 사유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법안을 만들 때 조·항별로 돈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 작성해야 한다. 대략적인 예산계획이 아니라 세부항목별 예산계획을 전부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첨부사유서를 쓴다면 왜 비용을 추산하기 어려운지 설득해야 한다. 예상비용이 연평균 10억원 미만이면 비용추계서를 쓰지 않아도 됐지만, 올해부터는 예외 없이 비용추계서와 미첨부사유서를 써야 한다.


예산을 어디서 끌어올지 설명하는 ‘재원조달계획서’ 규정도 바뀐다. 기존에도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입법 시 재원조달방안을 쓰도록 했지만 항목별 재원조달 방법은 쓰지 않아도 됐다. 앞으로는 재원이 필요한 모든 항목에 각기 조달방법을 써야 한다. 같은 법안이어도 내용에 따라 조세수입에서 충당할지, 회계·기금에서 가져올지, 기존 예산을 조정할지 등을 모두 구분해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개정은 정부와 국회에 예산추계가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뤄졌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1대 국회(2020년 5월30일~2022년 11월30일)에 제출된 법안은 1만8025건이다. 이중 비용추계서나 미첨부 사유서가 있는 법안은 5357건으로 전체 29.7%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제출 법안은 573건 중 25.3%인 145건만 서류를 첨부했다.


비용추계 대상인 법안으로만 놓고 봐도 예산계산이 누락된 경우가 많았다. 국회사무처는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부 제출 법안의 경우 지원규모 미확정 등을 사유로 비용추계서를 미첨부한 사례가 다수”라면서 “작성된 경우에도 부실하게 기재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건전한 재정 집행과 정확한 예산집행을 위해 마련해놓은 규정을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단 비판이다.

AD

문제는 실효성이다. 비용추계서를 붙이지 않았을 때 국회의원이나 정부에 안건을 돌려보내지 않는 이상 굳이 힘들여 첨부할 필요가 없다. 이에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비용추계서 등은) 의안에 첨부돼야 할 것들인데 규정을 안 지킨다면 접수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