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다음 달부터 기름값이 다시 오를 조짐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일 년 넘게 하향 조정했던 유류세를 정상화하기 때문인데 오르기 전에 주유소부터 달려가야 하나 싶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까지였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넉 달 더 연장키로 했다. 경유와 LPG 유류세는 사상 최대인 37% 인하 폭을 유지하지만, 휘발유는 내년부터 인하 폭이 25%로 줄어든다.
작년 11월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했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1년 넘게 세율을 낮추면서 불신을 더욱 키웠다. 세금은 낮췄는데 가격은 덜 내려갔다면서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정유사와 석유유통업자, 주유소 모두 손가락질했다. 유류세 인하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쟁이다.
유류세 인하 기간 동안 유례없는 경유값 역전현상도 발생했다. 서민연료지만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자영업자, 운송업자들의 부담이 늘었고, 이는 전국적인 물류난을 불러온 화물연대 파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류세 인하로 인해 경유보다 휘발유 세금이 더 많이 감면됐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를 낮추는 것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지만,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가 언제든 촉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고유가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또다시 효력이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유류세 인하가 지닌 한계는 분명하다. 차량이 없는 국민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연료 사용이 많은 배기량이 큰 차를 탈수록 세금 절감 효과가 크다. 따지고 보면 효과적이지 않은 정책인 셈이다.
반면 국가 세수는 줄어들어 복지 등 예산이 축소될 수도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유류세 세수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9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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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유가 대응으로 유류세를 내리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취약계층에 교통비 보조금이나 바우처를 제공해 정책 효과를 높이거나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명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개선책도 고려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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