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2089억8200만원 싹둑…증액 없는 삭감 '이례적'

가뭄 극복·K뷰티 세계화·창업 지원 등 현안 사업 추진 차질

강기정 "쪽지 예산 거부 따른 화풀이식, 피해는 시민들에게"

시의회 "온전히 타협 안 된 시의 탓, 원칙을 지킨 것"

광주시 내년도 예산 2000억원 삭감한 의회, 과도한 화풀이식 심의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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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광주광역시 내년도 본예산 중 2000억원이 삭감돼 현안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의회와 집행부 간 기 싸움 속에 예산 심의에서 증액 없이 삭감만 되면서 의회가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넘어 과도한 길들이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6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광주시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당초 시가 의회에 제출한 29개 실·국 예산안 7조 2535억원에서 2089억8200만원이 삭감됐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조성비 400억원을 240억원으로 줄이는 등 7건 1433억5613만원, 특별회계는 도시철도건설본부 전입금 823억원이 감액됐다.


도시철도 2호선 관련 예산 3058억원 중 823억원이 삭감,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도 900억원에서 100억원이 삭감됐다.


5·19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비 3억9000만원,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전시 사업비 1억5000만원, 아시아음식 관광명품화 거점공간 조성사업비 12억원도 모두 삭감됐다.


노후 가로등 밝기 개선사업비 16억원도 깎여 가로등이 고장 나면 대체 예산이 없어 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덕남정수장 동복계통 비상도수관로 사업비 18억 2200만원도 모두 깎였다.


광주송정역~광주역 셔틀열차 운행비는 15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절반이 깎였고, 공공 무인 자전거 ‘타랑께’ 정거장 설치비 3400만원은 모두 삭감됐다.


가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황룡강 취수와 물차 임대 비용 190억원, 생수 구입비 50억원 등 240억원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K뷰티 세계화를 위한 9억9000만원도 전액 삭감됐으며 시가 의회 상임위에서 삭감된 청년 창업 페스티벌 5억원과 지역 유니콘 육성프로그램 10억원, 창업 테스트베드 실증지원 30억원 등 45억원을 예결위에서 부활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내년도 광주시 예산에 증액 없이 줄줄이 삭감되면서 가뭄 극복 등 주요 현안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번 무더기 예산 삭감 배경에는 의회의 자치구 민원성 사업 이른바 ‘쪽지 예산’을 집행부가 받아주지 않자 이에 따른 화풀이성 심의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기정 시장은 시의회가 민원성 사업 예산이 집행부에서 거부당하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으며 이에 대해 의회는 자신들이 쪽지 예산이나 넣는 것으로 보는 강 시장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 시장은 취임 후 불요불급한 예산과 의례적 단체 지원성 예산 등은 편성하지 않고 시의원들이 요구하는 이른바 ‘쪽지 예산’을 두고 ‘이제라도 바꿔야 할 관행’이라며 고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강 시장의 역점 공약사항인 수소트램 사업 관련 타당성 연구용역 예산 1억원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당시 의회는 수소트램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예산만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추경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 심의에서도 현안 사업에 대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의회가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의회는 “이번 예산 삭감은 쪽지 예산 반영 여부 때문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례적으로 증액 없는 예산안 심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삭감 권한이 있는 시의회가 원칙을 지킨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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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시장은 “쪽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집행부 사업을 대부분 삭감한 것은 화풀이식 예산 삭감으로 책임은 온전히 의회에 있고,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면서 “우리 시는 창업에 대한 열정, 망월동 묘역을 새롭게 가꾸겠다는 의지, K-뷰티 사업을 키우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겠다”고 작심 비판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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