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60분간 국민과 대화… 민생·개혁에 빌라, 마약까지(종합)
-영빈관서 '국정과제 점검회의' 생중계… '100분'에서 1시간 늘려 국민과 즉석문답
-尹,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방향 공개… "완성판 나오도록 지금 시동 걸어야"
-빌라왕에서 마약까지 세심하게 답변… 검수완박 비판하며 "부끄러운 얘기"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민과의 대화는 160여분 가까이 진행됐다.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당초 '100분'으로 계획됐지만 윤 대통령과 시민들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윤 대통령은 각 부처에서 추천받은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대부분 직접 답변했다. 주부, 자영업자, 대학생, 사회복지사, 교수 등 각계각층의 패널 14명이 윤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회의 주제는 '경제와 민생', '지방 시대의 비전과 전략', '3대 개혁과제'(연금·노동·교육) 등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120개 국정과제에 대한 진행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자리로, 윤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사안도 있는 그대로 보고하라"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각 부처가 추진 중인 핵심 국정과제들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국민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국민들이 직접 점검하는 시간"이라며 "정책 추진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며 소통을 강화해야 민간에서도 예측 가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당초 회의 주제에 담겼던 '미래 먹거리 분야'는 수출전략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등에서 수시로 다루고 있어 제외됐다.
◆다주택자 과세 조정… "열악한 임차인 세금 전가 경감할 것"= 첫 번째 세션인 '민생·경제'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한 대목은 '시장의 법칙'이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과세 경감 추진을 가장 먼저 꺼내며 "시장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에 임차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드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인에 대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고스란히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임 정부의 복합규제로 인해 집값이 오른 점도 지적했다. 수요 규제를 빨리 개선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를 맡기 전까지는 공급과 수요측면에 이런 불합리한 복합규제 때문에 집값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물량이 위축됐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일시에 제거하다 보면 시장에 혼란이 일어나서 결국 국민들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정상화의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고금리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수요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서 시장이 좀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라야 하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서 좀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문제가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값과 전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국민 패널의 말에 윤 대통령도 동감을 표하며 일명 '빌라왕' 사망 관련 ‘세입자 합동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 개혁의 취지에 대해서도 '선량한 보험 가입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나와 가족 중에 정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그 돈(치료비)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의료쇼핑’이라고 해서 1년에 병원을 수천 번 다니시는 분이 있다. 또 고가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것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좀 제대로 이런 것을 심사 평가를 제대로 해서 보험가입자들이 공평하게 중증질환, 필수 의료에 대해서 제대로 지원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범죄에 대해선 "약 10여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고 했다"며 "어느 때부터 검찰은 손을 놓고 경찰만 이 업무를 다 부담하다 보니까 정보나 수사 협업에 있어서 효율이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된다"고 검찰의 마약 범죄 수사 범위를 약화시킨 '검수완박'을 우회 비판했다. 또한 "마약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국가가 단속을 안 했다는 얘기다.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라고 언급했다.
◆"지방균형발전 핵심 '교육'…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제안= 윤 대통령이 두 번째 세션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에서 핵심으로 꼽은 것은 '교육 문제'다. 윤 대통령은 "기업은 사람을 따라가고, 사람은 정주 환경을 따라가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학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에서 경제 6단체장을 만나 지역발전을 논의한 사례를 예시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 광역 도지사가 자기 지역에 땅을 많이 제공할 테니 기업이 공장도 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며 "그랬더니 (당시 단체장들이) ‘거기에 땅을 공짜로 줘도 안 갑니다’ 이러더라. ‘왜 안갑니까’ 하니까 ‘직원들이 안 따라옵니다’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정 분야에서 경쟁하는 두 기업 중 A기업은 파주에 공장을 세우고 B기업은 천안·아산 탕정에 공장을 지었는데, B기업의 중요 기술자들이 A기업으로 전사했던 사례를 덧붙여 ‘지역 발전과 교육의 상관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좋은 중고등학교나 지방대 등 교육시설이 있다고 하면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내려오고, 그 인재 상당수는 거기에 남을 수 있다"며 "쭉 살아온 데 있는 것이 혜택과 비교우위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직후 지방대학에 관한 교육부 권한을 시·도지사에 넘기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좋은 생각이고, 저도 늘 이렇게 생각해 왔다"고 평가했다. 또 "고등교육 특별회계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대학과 지역의 산업이 같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등교육 특별회계는 그동안 초·중·고교에 쓰이던 예산 일부를 대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특별회계로 일부 교육감과 교육단체가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분리 선출하는 현행 제도보다 선거에서 한 조로 입후보해 한쪽이 하위 후보자가 되는 제도인 러닝메이트(Running mate)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점검회의 마무리 발언으로 "특히 고등교육은 지방정부에 권한 이양하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 분리 선출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고 지역주민이 선택한다면 지방시대·지방 균형발전에 훨씬 도움 될 것이라고 이 회의를 계기로 말씀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개혁 공론화, 본격 시동… "회피하지 않겠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3대 개혁과제(노동·연금·교육)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노동·연금·교육뿐 아니라 건강보험 등에 대해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해당 개혁 과제를 공론화하고 본격적인 시동을 건 상태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개혁이라는 것은 인기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역사적 책임과 소명을 피하지 않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연금개혁의 완성판을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하며 "심도 있는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금 개혁이라는 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정말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게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라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지난 정부의 대처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연금 얘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고 지난 정부 때는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꾸준히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연금개혁에 대해서만은 "아주 시간을 두고 연구하고 또 공론화해서 한번 결정이 되면 그대로 30년에서 50년 가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입장도 꺼냈다. 우선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사관계 안정성에 대해서도 "매일 자고 일어나면 쟁의하면 양쪽 다 손실이 크다"며 "노사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서 일탈하는 행위로서 자기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는 유리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해치고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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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미래세대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를 위한 핵심은 교육"이라면서 지역의 중등교육 강화 필요성, 대학의 지원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 등 교육 개혁을 설명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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