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모델 양성 기업 '뉴시니어라이프'
해외 공연만 210회
"시니어도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사랑받았으면"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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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뉴시니어라이프'는 출입문을 열기도 전에 경쾌한 음악 소리가 먼저 귓가를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 안을 가득 채우는 캐럴 소리와 함께 희끗희끗한 머리의 어르신들이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런웨이를 누비고 있다.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이지만, 표정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여성들은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한껏 멋을 냈고, 몇몇 노신사는 중절모를 쓴 말쑥한 차림을 선보였다. 널따란 공간 안에는 파란색·주황색 등 오색찬란한 색상의 드레스가 걸려 있었고, 한편에는 런웨이와 관객석이 마련돼있었다.


2007년 설립된 뉴시니어라이프는 시니어 모델을 교육 및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구하주 대표(76)는 "노인은 '소외되고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그러나 노인도 무대 위에서 아름답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5년간 이곳을 거쳐 간 시니어 수강생만 해도 3000여명이다. 이를 증명하듯 벽면 곳곳에는 런웨이를 활보하는 시니어 모델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구 대표는 약 35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명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의상실을 열었던 구 대표는 알음알음 입소문 난 디자이너였으나, 50대 중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나이 들면서 체형이 바뀌는 것에 대해 슬퍼하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옷을 구매하는 손님들의 표정이 밝질 않으니 디자이너 일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디자이너 일을 접고 자괴감에 빠져있던 구 대표에게 한 지인이 실버산업 공부를 제안했고, 구 대표는 흔쾌히 승낙했다. 당시 실버산업 자체가 생소한 분야였으나,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노인 심리학 등을 공부하며 흥미를 느낀 구 대표는 2000년대 초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의 초대회장을 역임하며 실버산업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세계실버박람회에서 패션쇼 공연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구 대표는 시니어 모델을 뽑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고, 30명을 뽑는 오디션에 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는 "오디션에 참여한 이들의 표정이 너무 간절해 보여서 심사 중 눈물이 나기도 했다"며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의 꿈은 포기하질 못한 거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패션쇼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를 계기로 구 대표는 시니어에게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어주고자 뉴시니어라이프를 설립했다.


시니어 모델을 양성하는 곳인 만큼 주 고객층은 6070세대다. 이곳에서는 50대가 젊은 축에 속하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90대의 어르신이 강습받기도 했다. 구 대표는 "가장 오래 다닌 수강생은 58세에 들어와 12년째 수업을 받고 있는 70세 수강생"이라며 "오래 다니다 보면 노련미가 생겨 패션쇼 당일 혼자 메이크업하는 등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시니어 수강생들이 패션쇼에 오르기 위해선 3개월간의 기초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워킹 강습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기초과정을 모두 마치면 첫 패션쇼인 '졸업패션쇼' 무대에 오르게 된다. 패션쇼는 1년에 보통 10~12번을 하는데, 이중 지자체 초청 무대는 5~6회 정도다. 그 외는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졸업패션쇼' 역시 이에 포함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초청받아 패션쇼를 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기회가 줄어들었다. 구 대표는 "2013년에는 한독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로,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초청을 받아 베를린 등 독일 4개 도시 순회공연을 다녀왔다"면서 "이외에도 네덜란드,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210회의 해외 공연을 펼쳤다"고 말했다.


패션쇼에서 입는 의상들도 모두 구 대표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우울증 이후 디자이너 일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시니어들을 위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보통 패션쇼에 30명의 모델이 서기 때문에 적게는 100벌에서 많게는 150벌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시니어 패션쇼를 본 관객의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구 대표는 "보통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며 "늙고 병든 노인만 봤지, 멋지고 예쁜 옷을 입은 채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노인이 생경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니어 세대가 나이 들어서도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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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패션쇼의 매력은 무엇인가.

▲40대 초반 지인의 요청으로 패션쇼에 설 기회가 있었다. 당시 무대가 크다 보니 겁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런웨이에 서보니 환희에 가득 찼다. 무대는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실버산업이 발전된 국가들은 노인 시설이 주요 번화가에 있고, 교통이 좋은 곳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는데, 나이가 들면 갈 곳이 없어지는 거다. 이렇게 되면 몸은 병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니어 세대에게 목표가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복지관에서 노래나 춤 등을 알려주긴 하지만, 어떠한 결과물로 남기기 어렵지 않느냐. 목표가 있는 삶은 시니어를 건강하게 만든다.


- 패션쇼에서 긴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많이들 긴장한다. 긴장을 줄이기 위해 리허설을 자주 하는 편이다. 또 팔자로 걷는 어르신도 많다. 그래서 초기에는 바닥에 발 모양을 그려서 어르신들이 따라 걷는 것부터 시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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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수록 도전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인생 2막인 40대에서 60대까지는 도전하는 게 좋다. 그러나 인생 3막에 들어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말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것저것 도전하다 보면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기 때문이다. 60대가 넘어서는 경험해왔던 것 중 의미 있던 활동을 중심으로 한 가지 목표를 잡아야 한다. 하나에 열중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 패션이란 어떤 의미일까.

▲옷은 제2의 피부라고 생각한다. 피부이기 때문에 지저분해서도 안 되고, 항상 신경 써야 한다. 옷을 잘 입으면 시니어 본인도 행복할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멋질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경제력을 패션에 투자해야 한다. 패션은 눈에 보이는 보약 같은 거다. 또 상황에 맞춰 의상을 입어야 한다.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고, 본인이 입었을 때 편하고 만족할만한 옷을 입어야 한다. 옷은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패션은 생명이다.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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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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