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 첫 '밀가루음식 전시회' 개최
'쌀과 밀가루 중심' 식생활 개선 강조
먹거리 문제 해결 동시에 '입맛' 잡기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햄버거와 핫도그, 피자 등 서양 음식들이 대거 등장하는 '밀가루음식 전시회'를 열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올 들어 잇따른 자연재해로 쌀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쌀보다 귀한 작물로 여겨지는 밀가루로 선전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달라진 입맛'까지 충족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전시회가 개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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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대대적인 밀가루 선전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 전시회'가 개막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햄버거, 호트도그(핫도그)와 같은 다른 나라의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 요리 명수들의 시범 출연도 이채를 띠었다"고 소개했다.

청류관을 비롯한 유명 식당과 민성식품공장,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능라식료공장, 선흥식료공장 등 공장들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조선중앙TV는 "버섯우동, 푸초새우소만두, 남새볶음국수와 같이 가루음식의 고유한 맛과 속성을 특색있게 살린 모란봉구역종합식당과 대동강구역종합식당 등의 전시대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며 "고려식료가공공장의 와플, 효모단빵, 선흥식료공장의 딸기말이단설기(파이), 밀감, 평양곡산공장의 과일향겹과자(웨이퍼)를 비롯해서 시 안의 식료공장들에서 내놓은 밀가루 가공품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역시 전시회의 목적을 "가까운 시일 내 우리 인민들의 식생활을 백미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전환해 밀가루음식과 가공품들의 가짓수를 늘이고 그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선전에 가세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전시회가 개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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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밀가루 선전에 나선 것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근래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1월1일 감자와 옥수수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던 주민들의 주식을 '쌀과 밀가루'로 바꿔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1960∼1970년대 식량이 부족하던 남한에서 쌀을 아끼려고 분식(粉食)을 장려하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북한에선 밀가루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쌀보다 귀한 작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가 이어지면서 값이 3~4배가량 뛴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북한은 올 들어 '고난의 행군' 시절에 버금가는 최악의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봄 가뭄에 여름 수해까지 겹쳐 쌀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농촌진흥청이 전날 발표한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은 207만t으로, 전년 대비 9만t 감소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의 주식으로 꼽히던 옥수수, 감자와 고구마 등 작물 대부분의 생산량이 10% 안팎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전시회가 개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면옥에서 밀가루음식전시회가 개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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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밀가루를 이용한 여러 음식을 소개하는 건 주민들에게 특별한 식문화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특히 만성적인 식량난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시대 변화에 따른 주민들의 '입맛'까지 충족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내 젊은 세대 사이에선 빵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한 주민은 "우리 집에서는 아침이면 간단하게 빵을 먹곤 한다"며 "간편하기도 하고 소화도 잘 되며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 다른 주민도 "우리 가정에서는 하루에 한 끼 쯤은 밥보다도 밀가루음식을 먹는 것이 습관화되었다"며 "이번 전시회에 많은 단위의 밀가루가공품들이 전시되었는데 모두 훌륭해서 어느 공장의 것을 고를지 미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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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북한은 최근 주민들의 달라진 취향을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새로 공개된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는 주민들에게 스파게티와 샴팡(샴페인), 치즈, 초복날 단고기(개고기) 요리 등을 공급하는 문제를 검토했다고 나온다. 또 지난 10월에는 평양에 대성산아이스크림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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