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악 인플레 지났나…한숨 돌린 Fed, 고금리는 이어질 듯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올해 내내 치솟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단 최악 국면은 넘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숨을 돌리게 됐다. 이르면 이달부터 추진될 Fed의 긴축 속도조절에 명분이 더해진데다, 내년 통화정책 운용에서도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인만큼 당분간 고금리 유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1%로 시장 예상치(7.3%)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상승폭이다. 앞서 10월 물가상승률이 올해 최소 폭을 나타낸 데 이어 11월엔 이보다 작은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둔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준 것이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올라 시장 전망치(0.3%)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전년 대비 6.0%, 전월 대비 0.2%) 역시 예상을 하회했다.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창업자 오마르 샤리프는 "상당히 광범위한 둔화를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CPI는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개됐다.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짙어지며 Fed가 예고해온 금리 속도조절론에도 힘이 실린 셈이다. 현재 시장은 CPI와 상관없이 14일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9% 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가 된다.
이제 관건은 Fed의 다음 행보다. 당장 12월 빅스텝에 이어 차기 회의인 내년 2월 FOMC에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더 좁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 12월 빅스텝에 이은 2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은 전날 35%대에서 이날 CPI 공개 이후 55%대까지 높아진 상태다. 반면 2월 빅스텝 가능성은 10%포인트 이상 내려앉았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북미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예상을 하회한 10월 CPI는 한차례 데이터로 치부할 수 있지만, 11월 CPI가 추가로 둔화하며 이러한 추세를 묵살하기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 스파트란 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추세"라며 "Fed가 덜 공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한해 고강도 긴축을 밟아온 Fed 내에서는 최근 들어 내년도 통화정책을 두고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간 논쟁이 확인되고 있다. 자칫 불필요한 침체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진 탓이다. 이 가운데 이날 발표된 CPI는 비둘기파의 목소리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늘 CPI 발표로 인해 비둘기 진영에서 0.25%포인트로 인상 속도를 늦추자고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간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가해온 공급망 차질 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비둘기파 견해에 힘을 싣는 요소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국면을 넘어섰다해도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치(2%)를 훨씬 웃돌고 있는 만큼, Fed 피벗(pivot·방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쏟아진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14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리 인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피벗 기대에 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월가에서는 Fed가 다음날 공개할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를 5% 수준까지 상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앞서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더 오래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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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예상을 밑도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01% 상승 마감했다. 반면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장기채인 10년물 금리가 단기채인 2년물, 3개월물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통상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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