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기차 전망]주춤하는 다윗, 반격하는 골리앗…군웅할거 본격화
반도체 수급난 완화 생산 정상화
경기침체·금리인상 구매력 하락
전기차, 올해 이어 내년도 성장세 지속
기존 완성차기업 잇따라 신차 출시
中 전기차 해외 시장공략 가속
IRA·보조금 축소 등 부정요인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그동안은 생산이 문제였지만 앞으론 수요가 문제가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수요 위축에 따라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 곳곳에 번진 데다 인플레이션 대처 차원에서 주요 나라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점차 정상화하면서 생산이 제 궤도에 올라선 반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수요 위축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전기차는 사정이 다르다. 세계 최대 완성차 생산·판매 시장인 중국은 전기차 중심의 드라이브를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동차 빅3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도 그간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전동화 추세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적지원과 함께 업체마다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면서 구매 선택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연구원이 최근 내부 공유한 내년 전망자료를 보면, 전 세계 자동차 수요는 내년 8072만대 규모로 예상된다. 공급이 원활치 못했던 올해 전망치(7590만대)보다는 6%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아직 코로나19 직전 수준(2019년 8645만대)을 회복하진 못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사상 처음 1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판매량이 989만대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내년에도 30% 가까이 늘어난 128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동화 전환은 빠르냐, 늦으냐의 문제일 뿐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충전 등 인프라 문제가 나아진 데다 항속거리 등 기술 부문 상품성을 끌어올리면서 구매 문턱을 낮춘 점도 긍정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9월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해 쉐보레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EV를 타보고 있다. 옆은 메리 바라 GM 회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독주 끝난 테슬라, 치열해진 주도권 경쟁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테슬라의 ‘독주체제’는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팔린 순수 전기차 두 대 중 한 대는 테슬라였으나 최근 들어 다른 메이커 판매량이 꽤 늘면서 격차를 많이 좁혔다. 올해 들어선 중국 비야디(BYD)에 밀렸다.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잇따라 가격을 올리던 테슬라는 최근 들어 가격을 내리거나 할인 판촉 행사를 하는 등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국내에서도 재고 물량이 다수 쌓이면서 차종별로 600만~1000만원가량 깎은 채 판매하고 있다. 공장을 둔 중국에서는 앞서 지난 10월 차종에 따라 최대 9%가량 내린 데 이어 보험금 등 따로 보조금까지 지원하고 나섰다.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은 내년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연기관으로는 세계 1, 2위를 다투던 폭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호평을 받은 데 이어 도요타·혼다·스텔란티스 등 그간 다소 소극적이었던 다른 메이커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차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완성차기업의 순수전기차 모델은 올해 42개 차종에서 내년 49개, 후년 52개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체력 키운 中 메이커, 해외 진출 가속도
중국 메이커의 해외 진출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어렵다고 여겨졌으나 전기차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주요 자동차 수출국의 전기차 수출 규모를 분석해 보면 올해 1~8월 중국의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미국(74억달러)을 제치고 글로벌 2위로 올라섰다. 테슬라·BMW·볼보 등 주요 완성차 회사가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를 해외에 파는 데다 BYD를 중심으로 니오·샤오펑·리오토 등 로컬 전기차 기업도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해외 곳곳에 판매처를 늘린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IHS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17년 16만대가 채 안 됐으나 지난해 96만대 수준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수출 차량 가운데 3분의 1이 전동화 차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메이커 간, 국가 간 기술격차가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중국은 배터리 등 원가 비중이 큰 주요 부품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IRA·보조금 중단…부정 요인도 산재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에선 자국 내 전기차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따라 북미 이외 지역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는 세금공제 혜택을 못 받는다. 내년에는 이 기준이 배터리 원산지까지 확대 적용된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구매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기로 했다.
너도 나도 전기차를 미래 이동 수단의 핵심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자생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만큼 정책 방향에 따라 언제든 휘청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산 가격 하락,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등 소비자 구매력에 부정적인 요인이 다양한 데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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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완화됐지만 배터리 수급 우려는 여전하다. 수요가 단기간에 빠르게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원자재 가격이 하나둘 신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수요 둔화를 부채질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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