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예견된 비극?…불법 증식된 사육곰, 결국 인명피해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탈출한 곰에 60대 농장주 부부 숨져…앞서 두 차례 탈출사건 발생한 곳
'반달가슴곰' 아종인 사육곰들…법망 사각지대 놓여
동물자유연대 "철창 속 사육곰들 고통 이어져",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촉구

철장에 갇힌 반달가슴곰.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철장에 갇힌 반달가슴곰.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사육농장을 탈출한 곰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육곰 탈출 사건이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지만, 사육곰 산업과 관련한 법 정비를 차일피일 미룬 끝에 벌어진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 울주군의 한 곰 사육 농장에서 곰 3마리 탈출했다가 사살됐다. 사육장 앞에선 60대 농장주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탈출한 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9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부모님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딸의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은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으로 출동했고 농장 밖에 반달가슴곰 2마리, 농장 안에 1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농장 입구에서는 농장 경영자이자 신고자 부모인 6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난 외상 등을 토대로 곰에게 습격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이 농장에서는 두 차례 곰 탈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19년 6월 농장에서 사육하던 새끼 반달가슴곰이 농장을 탈출했고, 2021년 5월에도 탈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관리?감독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긴급 보호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모두 곰을 농장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곰들은 지난해 곰 탈출 소동을 일으켰던 경기도 용인시 A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개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A농장에서는 곰 탈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는데 2021년 7월과 11월, 2006년 2마리, 2012년 4월과 7월 두 차례 3마리, 2013년 8월 1마리 총 6차례에 걸쳐 12마리의 곰이 탈출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울산에서 목격된 곰. 사진=연합뉴스·울산소방본부 제공

2021년 5월 울산에서 목격된 곰. 사진=연합뉴스·울산소방본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2021년 7월 곰 탈출 사건 당시 A농장주는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탈출 곰 마릿수를 부풀려 신고해 수색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A농장주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이전에도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불법 도축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돼 벌금을 물었으며 2020년에는 야생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농장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다시 100마리의 곰을 인계받았다. 부실한 시설 관리로 곰 탈출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지만, 사유재산인 곰을 몰수할 수 없어서다. 몰수하더라도 현재 곰들을 보호할 마땅한 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사육곰은 보호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동식물국제거래협약'(CITES)이 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1급이지만 불법 증식된 아종인 경우에는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육곰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도축이 허용되는데 도축 가능 기준은 10년 이상이다.


하지만 곰 사육은 웅담 채취 등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울산 사례와 같이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종식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농장이 이미 수년 전부터 무허가 시설로 적발되었다는 점에서 사육곰 산업을 둘러싼 법제와 관리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는 올해 1월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식'에서 2025년까지 사육곰 산업 종식을 선언하고, 특별법 제정, 보호 시설 건립 등 정부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그러나 시민들의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협약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철창 속 사육곰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세상 밖을 구경한 사육곰은 총에 맞아 사살됐다"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