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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용어]합법과 불법 사이 '파업'

최종수정 2022.12.02 06:00 기사입력 2022.12.02 06:00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정당한 권리
사용자 재산권 조화 등 파업 정당성 여부에 따라 불법행위 되기도
화물연대에 강경한 정부 "언제든지 추가 운송개시명령 발동" 시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8일째인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앞에서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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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2일 9일째에 접어들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운송거부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상황이 이렇자 파업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불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반면, 우리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도 많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파업

사전적 의미로 파업(罷業)이란 노동 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해, 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한꺼번에 작업을 중지하는 일을 말한다.

19세기 말 광산과 부두의 노동자들이 벌인 집단적 쟁의행위가 우리나라 노동계의 첫 파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1898년 한 광산 기업의 채광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것에 반대해 광부들이 채굴을 거부하는 파업을 일으켰고, 1898년 9월부터 1903년 12월에 이르는 기간 전라남도 목포항의 부두노동자들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또 1948년 조선전업회사 노동자들의 전력공급중단 파업과 1951년 부산조선방직회사의 노동조합탄압 반대파업도 있었다.


이런 파업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지휘 하에, 또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노무의 제공을 중단하는 집단적인 쟁의행위를 말한다. 법률적으로는 헌법 제33조 1항에 규정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다만 헌법이 보장한다고 하여, 바로 파업을 할 수는 없다. 파업을 하려면 반드시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노동3권 중 단결권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다. 이런 노조가 사장과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놓고 협상할 권리를 단체교섭권이라 한다. 그 과정에서 협상이 제대로 안 될 때 노동조합은 파업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경우 단체교섭의 핵심 쟁점은 인력 구조조정(2026년까지 1539명 감축) 여부였다. 사측은 구조조정 시행을 올해 유보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기존 합의 사항인 장기 결원 인력 충원과 승무 인력 증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가 막판까지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국 거부하기로 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사측은 새로운 안을 제시했고 교섭단은 협상에 합의하며 파업은 종료됐다. 사측은 기존안에서 한발 물러나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하고, 안전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한 파업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정차 중인 화물열차 앞으로 화물차가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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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정당성도 중요…경영상 정리해고에 대한 파업은 불법 판례도

파업과 관련해 또 다른 갈등 지점은, 파업의 정당성 여부다. 2000년 5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①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 ②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 ③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가질 것 ④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파업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파업과 다른 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컨대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2003년 12월 대법원은 "정리해고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다.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목적의 정당성에 어긋난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한국과 달리 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는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합법이다.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절차 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과 달리 파업 범위 자체를 넓게 보고 있다. 2014년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그룹이 프랑스 전역에서 노동자 80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하자, 노동자들은 4개월 동안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해 2월 영국의 철도해운교통노조(RMT)와 사무감독기술직노조(TSSA)의 경우 '직원 950명을 해고한다'는 런던 지하철공사(LU)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휘발유 공급 차질도 가시화되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유조차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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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정부 '업무개시명령' 두고 유권해석 다툼

파업에 대한 인정 범위 등 다양한 기준과 해석이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유권해석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화물연대와 컨테이너, 벌크시멘트트레일러 외엔 품목 확대가 어렵다고 밝혔다.


견해차만 확인하고 논의의 접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업무 복귀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발동이 반헌법적이라 규정하며, 효력정지 신청 등 더 강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물연대의 파업은 법원 결정에 따라 파업의 합법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정부는 다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셧 다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조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멘트 운송 업체를 찾아 운송 거부 상황을 점검하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날이 지나면 정유·철강·컨테이너 등에서 하루가 달리 재고가 떨어지거나 적재 공간이 차면서 국가 경제 위기도가 급속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피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늦기 때문에 피해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라며 "개인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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