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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속성장 이끈 장쩌민 전 주석 별세…수장 잃은 상하이방

최종수정 2022.12.01 11:15 기사입력 2022.12.01 11:12

하와이 와이키키선 수영…파바로티와 '오 솔레미오' 열창도
블룸버그 "불투명한 정당정치에서 눈에 띄게 다채로웠던 정치인"
중국 내에선 애도 분위기와 함께 '옹호 댓글' 빠른 삭제
習 주석 공고한 권력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1998년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방문한 빌 클린턴·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 부부와 만찬 연회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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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명망 높은 뛰어난 수령,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오랜 공산 투사." (인민일보)


"중국의 단조롭고 불투명한 정당정치에서 눈에 띄게 다채로웠던 정치인. 71세의 나이로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하고, 만찬장에서 기타를 연주했으며, 2001년 베이징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오 솔레미오'를 열창했다."(블룸버그 통신)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3세대 최고지도자'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96세 일기로 별세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기틀을 만든 장 전 주석의 사망에 각종 언론과 포털사이트가 일제히 흑백으로 전환하는 등 중국 내에는 짙은 애도 분위기가 깔렸다. 그의 사망으로 중국의 3대 계파 중 하나인 '상하이방(上海幇)’이 구심점을 잃으며, 시진핑 국가 주석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전날 낮 12시 13분(현지시간) 백혈병과 그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상하이에서 치료받다 사망했다.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자산가 끌어안은 '3개 대표' 이론 창시자

1926년 장쑤성 양저우 출생인 그는 1947년 상하이 자오퉁대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유학했다. 1962년 상하이 전기과학연구원 부소장을 거쳐, 1983년 전자공업부 부부장에 임명돼 중국 최초의 정지궤도 통신위성을 실은 창청3호 발사를 성공시키며 기술관료로 눈도장을 찍게 된다. 1985년 상하이 시장에 선출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에서 시위를 직접 진화,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의 신임을 얻는다. 실각한 자오쯔양 당시 공산당 총서기의 자리를 꿰찬 그는 국가위원회 주석,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이어 1993년 권력의 정점인 국가주석 자리까지 올랐다. 국가주석과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모두 맡은 최초의 인물도 장 전 주석이다.

장 전 주석의 가장 큰 업적은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이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가리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를 버리고, 대국의 위치를 자각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새 노선으로 내놨다. 특히 노동자, 농민뿐 아니라 지식인이나 자산가도 당이 대변해야 한다면서 이들을 당원으로 포용한 '3개 대표' 이론으로 자본과 민간을 끌어안았다. 실제 그의 총서기 재임 기간(1989년~2002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200억위안(약 319조원)에서 12조1700억위안으로 7배 이상 뛰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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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고지도자 가운데 첫 방한…미·중 관계도 진전

그 외에도 1997년 홍콩 반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8 베이징 올림픽 유치(2001년) 등 굵직한 성과를 임기 중 거뒀다. 미·중 관계도 개선을 거듭해 양국 정상 간 왕래가 잦았고, 1997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는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연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992년 한중수교의 주역이자, 1995년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해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공장을 방문하는 등 한국의 산업 현황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방과 함께 주요 권력 계파로 꼽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인 후진타오에게 2002년 당 총서기를 넘겼고, 이듬해에는 국가주석 자리도 넘겨줬다. 2005년에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정치원로로 배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공청단 견제를 위해 자신이 차기 지도자로 내세운 태자당(국가 원로 자제들로 이뤄진 정치세력)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원로' 신세가 돼 존재감을 잃게 됐다. 그가 공식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이며, 10월 개최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아 건강 악화설이 돌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장쩌민 전 주석이 24일(현지시간) 제19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오른손을 들어 안건에 찬성하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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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 잃은 상하이방…習, 권력 강화 전망

다만, 그의 정치적 야욕과 강경한 내치 성향은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블룸버그는 "그는 민주주의자는 아니었다"면서 중국 전통 수련법인 '파룬궁' 신자 수천 명을 구금하고, 개혁개방 과정에서 상하이 등 경제 도시와 그 외 지역의 양극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 지식재산권 문제를 최소한 묵인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그의 사망으로 상하이방이 좌장을 잃게 되면서, 시 주석의 견고한 권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장 전 주석의 사망 소식 이후 "중국의 개방과 해외 문화를 알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당신을 비난했던 우리가 잘못했다. 당신은 바닥이 아니라 천장이었다" 등 그를 옹호하는 댓글이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최근의 반봉쇄 시위와 맞물리려 반정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역사학자인 장리판은 NYT에 "시 주석이 고립된 상황에서 회복하기 위해 애도 분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윌리 램 제임스타운 재단 선임연구원은 "1989년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시 주석의 강력한 안보 아래서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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