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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독재 야욕…튀르키예 대통령 에르도안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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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집권, 내년 대권 노림수…"쿠르드 테러" 몰아가기
'안보 불안' 심리 자극…수호자 이미지로 지지율 올리기
금리이하 요구로 인플레 심화…경제실정 국민관심 분산 꼼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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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13일 튀르키예(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사망자 6명이 나온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후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대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로 쿠르드노동자당(PKK), 쿠르드 민병대(YPG) 등 쿠르드족 무장 세력을 지목하고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로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6월 치러지는 대선을 통해 5년의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

경제 실정 숨기기?

30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잠재적 경쟁자들보다 뒤처진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뒤집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지역에 대한 지상군 투입도 이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번 이스탄불 폭탄 테러와 관련이 없다는 PKK와 PYG의 주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리아에 지상 침공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아델 바카완 이사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의 이번 쿠르드계 무장조직 소탕 작전은 나쁜 경제 성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의 수호자로서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바카완 이사는 "현재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상황도 좋지 않다"며 "힘든 상황에 처한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적들이 튀르키예의 안보와 안정, 단합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킬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내년 6월18일 대선을 치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년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 독재에 따른 국민의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경제 실정까지 겹쳐 여론이 좋지 않다. 실제로 튀르키예 여론조사업체 메르로폴 리서치가 지난 1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튀르키예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튀르키예의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85.51%를 기록해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튀르키예는 에르도안 대통령 때문에 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 때문이라며 중앙은행에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 논란을 일으켰다. 에르도안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는 외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켰다.


튀르키예 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튀르키예의 한 민간 연구소는 10월 물가 상승률이 실제로는 185.34%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튀르키예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21세기 술탄"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세기 술탄’으로 불린다. 이슬람 제국에서 최고 권력을 가진 통치자를 뜻하는 술탄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22년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튀르키예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술탄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20년째 튀르키예를 통치하고 있는 그의 끊임없는 권력욕에 대한 조소가 담겼다.


에르도안은 2001년 정의개발당(AKP)을 공동 창당해 2003년 총리에 취임했다. 2차례 연임해 총리로서 11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했다. 그는 총리 집권 말기 개헌을 통해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꿨다. AKP 당헌이 총리 4연임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은 2014년 총리 퇴임 후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해 실권을 유지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다시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꿨고 총리 직을 아예 없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부통령과 장관, 고위 관리 임면권은 물론 의회 해산권과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까지 거머쥐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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