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부동산 급락에도 270만호 주택공급 계속…LH 할일 해야"

LH 사장 부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
"주택 공급가격 안정도 LH의 역할"

이한준 LH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에도 윤석열 정부의 270만호 주택공급은 지속돼야 하며 LH가 그 기본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 270만호 주택공급 목표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각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많지만 LH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당장에 급락한다고 해서 공급 부문이 멈추게 되면 가장 먼저 도심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위축되고, 건설경기 등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LH마저 공급에서 손을 놓는다면 건설경기 상승의 마중물조차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민간 건설사들이 경기 위축으로 공급 사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대신 어느 정도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순간 경기가 호전됐을 때, 그때 갑자기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LH는 (지금처럼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인허가 절차 등 기본적인 절차는 진행·마무리하면서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 건축비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분양가를 합리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건축비로 전이된다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서민 내집마련도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LH 본연의 역할 중 하나는 주택 공급가격 안정이고, 3기 신도시의 경우에서는 가처분 면적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 등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성원가를 낮추는 또다른 방안으로 상업·업무시설 부지를 축소하고 대신 주거용지를 늘리는 복안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상업·업무시설이 축소된 경향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주거시설로 돌려 용적률을 높이고, 민간에 매각 가능한 부분은 매각하고 주거 공간을 더욱 확보해나간다면 추가적인 주택 공급량 확보는 물론 조성 원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LH가 공급하는 주택의 품질 향상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평형과 입지를 최우선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공공주택 품질과 관련해 여러 차원의 문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평형이 너무 좁다는 의견이 많은만큼 먼저 평형 확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주택 거주자는 소득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편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H가 참여하는 도심 공공재개발 사업 등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LH가 (사업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했다.

이어 "LH가 일감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사업을 진행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단, 주민들이 원하면 적극적으로 총대를 멜 것이고 주민이 원하는대로 도와드리는 것이 LH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LH가 새로 출시한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ANDANTE)'가 일부 예비입주자들로부터 단지명 교체 요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안타깝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LH 아파트가 품질이 좋고 이미지가 좋다면 그런 요구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LH가 막연히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하며, 안단테 브랜드와 관련해서도 열린 자세로 여론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LH 임직원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재발방지와 조직혁신, 부채감축 등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LH 조직개혁과 관련해 "조직 내에 만연한 칸막이를 걷어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울 본부가 서울시 업무보다는 하남 등 신도시 업무를 하거나, 인천 본부가 고양창릉 신도시 업무를 하는 것도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채감축과 관련해서는 "LH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라면서 "LH가 가진 자산들이 실효성있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먼저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성남시 오리사옥 매각에 대해서는 "성남시와 협조를 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