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냐 상표권 침해냐 … 잭다니엘 술병 닮은 강아지 장난감

美 연방 대법원, 잭다니엘 패러디 제품 ‘상표권 침해’ 심리 열기로
장난감 제조업체 VIP “유머 몰라줘 …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미국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의 술병(왼쪽)을 패러디한 강아지 장난감의 상표권 침해 여부가 대법원에서 판가름난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미국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의 술병을 패러디한 강아지 장난감의 상표권 침해 여부가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2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잭다니엘의 술병 디자인을 패러디한 장난감 제조업체 VIP가 미 연방 대법원의 심리를 받게 됐다. 잭다니엘은 VIP가 제조한 강아지 장난감 '배드 스패니얼스'가 '올드 넘버7 블랙라벨 테네시 위스키'와 흡사하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상표권 침해 소송에 대한 심리를 열기로 하면서 잭다니엘은 VIP 측에 제품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법원의 정지명령을 통보했다.

잭다니엘 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이 장난감은 위스키병 모양의 전면에 'Daniels'와 철자가 유사한 'Speniels(스패니얼)'가 적혀 있고, 스패니얼 견종의 캐릭터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또 '올드 넘버7'를 '올드 넘버2'로, '테네시 위스키'를 '테네시 카펫'으로 바꿔 애견을 '테네시 카펫 위의 올드 넘버2'로 보이도록 패러디한 흔적이 나타나 있다. 알코올 함량 표기는 '응가 43%'로 바뀌었으며 '100% 냄새가 나는' 등의 재치 있는 문구가 함께 기재됐다. 해당 장난감은 온라인에서 17달러(약 2만3000원)에 판매된다.

잭다니엘은 2014년 이 장난감의 판매가 자사의 명성을 해치는 상표권 침해로 보고 애리조나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는 잭다니엘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2020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제9 항소법원은 해당 장난감이 '유머의 메시지'가 있는 창작물이라며 기존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판결의 근거로 했다. 잭다니엘은 "짝퉁 제조업자들이 언제라도 '유머'를 이유로 상표를 오남용하는 것을 사실상 못 막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VIP 측은 "잭다니엘이 미국을 대표하는 주류 업체이면서도 미국 내 다른 모든 이들이 가진 유머 감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심리를 두고 VIP의 변호인인 베넷 쿠퍼는 "대법관들에게는 표현의 자유와 상표권, 두 가치를 절충할 패러디의 명백한 기준을 세울 기회"라며 "우리 사건이 국가적 기준을 만들기 위한 훌륭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VIP는 잭다니엘뿐 아니라 다양한 주류, 맥주, 와인, 탄산음료 병을 패러디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맥주 제조업체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병 디자인을 모방한 'Stella Arpaw'와 하이네켄을 닮은 'Heine Sniff'n' 등의 패러디 제품이 있다. 2008년 맥주 버드와이저 제조 업체인 안호이저-부시는 '버트와이퍼'라는 이름의 이 회사 장난감을 두고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더페이스샵이 미국의 가방 브랜드인 ‘마이아더백’과 협업으로 화장품을 출시했다가 루이비통과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마이아더백은 가방 한쪽에 루이비통 등 명품 가방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패러디 제품이다. 당시 미국 법원은 해당 제품이 '패러디에 해당한다'며 마이아더백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

다만 루이비통이 더페이스샵을 상대로 낸 국내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희화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특별한 논평적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며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