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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위기 정몽규, 카타르월드컵서 '분위기 쇄신'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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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잇단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광주에서 잇단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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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게 2022년은 이대로 '악몽의 한 해'로 끝날까. 아니면 기사회생할까.


21일 개막한 2022 카타르월드컵이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장직을 지키고 있는 정 회장으로선 월드컵은 분위기를 쇄신할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 이상의 호성적을 낸다면 정 회장도 함께 주역으로 조명 받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라면 회장직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 회장은 금명간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 우리 대표팀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곤 대표팀 경기를 조심스럽게 볼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해주려는 벤투호의 승부는 곧 정 회장의 벼랑 끝 승부기도 하다.

◆재정 부담과 이미지 추락, 정몽규 위기의 열 달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상당한 재정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 건축현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대형 사고에 대한 비용이 컸고 그룹 이미지 추락과 함께 여타 공사 사업도 원할하게 추진이 안 되면서 채무 규모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변에 무너졌고 지난해 1월에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현장에서 아파트 구조물과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났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광주 사태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사법리스크가 작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본사, 계열사 모두 합해 소송 수십 건을 진행 중이다. 이들 소송에서 지면 보상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까지 붙어 재무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무산 책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HDC현산이 금호건설, 아시아나항공에 진 것이 가장 근래의 일이다. 1심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금호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를 상대로 제기한 질권소멸통지·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HDC현산에 "미래에셋과 연대해 아시아나에 10억, 금호건설에 5억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했다. HDC현산은 항소하겠다고 했지만 이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힐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오는 25일에는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서울시는 HDC현상에 학동 붕괴사고의 책임을 물어 총 1년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HDC현상 측이 과징금을 4억원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일부를 대체하고 남은 8개월 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해 처분이 미뤄졌다. 소송 결과에 따라 HDC현상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상황이 어렵자 각종 지표에서도 HDC현산은 위기의식을 느낄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Negative(부정적)'로 부여했다. 현산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2018년 이후 8년여 만이다.


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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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곳곳 부실행정, 책임론으로


회장사가 크게 흔들리면서 정 회장이 수장직을 지키고 있는 축구협회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 사안들을 부실하게 처리해 '부실행정' 논란이 있다. 특히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 운영에서 엇박자를 내 비난을 받았다. 우리 대표팀은 협회의 허술한 행정 탓에 지난 7월20~27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 협회 관계자들이 대회를 앞두고 일본 비자를 뒤늦게 신청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대회 출전은 커녕, 일본 입국도 막힐 뻔했다. 다행히 비자는 대회가 열리기 직전 발급돼 대표팀은 대회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협회가 마케팅 홍보와 대표팀 지원을 혼재한 조직 편제를 두고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협회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2년 간 돈을 벌지 못해 급격히 허리띠를 졸라맨 점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협회는 우리 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예선 일정이 끝난 후 친선경기를 모두 국내에서 치르도록 했다. 지난 7월 일본에서 한 동아시안컵 3경기를 제외하고 7경기를 모두 국내에서 했다. 카타르와 같은 중동국가 또는 유럽 등에서 하는 원정경기로 평가전을 한 월드컵 상대국들과는 크게 상반됐다. 특히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에서 한 아이슬란드와의 최종평가전은 "실익을 찾을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경쟁력이 뒤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축구는 국내에서 홈경기를 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 원정경기를 하는 느낌과 경험이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카타르에 가서 월드컵 경기를 해야 하는 대표팀으로선 원정 평가전이 더 요구됐음에도 협회는 이를 무시했다.


협회가 국내 각급 축구대회에서 비용을 크게 줄인 정황도 있다. 국내 지도자들에 따르면, 8인제로 진행 중인 초등리그 경기 일부에선 심판이 1명 밖에 없어 선수교체 신청을 의료진이 받아서 교체해주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한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8인제 경기는 심판을 반드시 2명 둬야 한다. 하지만 최근 협회가 심판 인건비를 줄이기로 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이달 초 국내 축구지도자들이 취득할 수 있는 최상위 자격증인 P급(professional) 라이센스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규정, 쿼터 변화를 통해 안정환 축구해설위원 등이 P급 자격증 수강생 25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축구계에선 '특혜 논란'이 번졌다.


아시안컵 유치 실패도 정 회장의 부실한 외교력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많다. 협회는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카타르에 밀렸다. 정 회장은 협회 임직원들과 말레이시아에까지 날아가 유치 작업을 벌였지만 우리가 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명분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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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서 분위기 쇄신 도전, 현대家 '축구왕조' 운명도 달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호성적을 거둔다면 정 회장은 '분위기 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의 임기 중 추진한 'K리그 22세 선수 의무 출전 규정' 등도 빛을 발하며 공적으로 찬사를 받을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반대라면 거센 비판과 함께 협회장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로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간은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3번 연임했고 다음에는 연임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은 3회로 제한돼 있다.


중도든, 임기만료든 정 회장이 비난 속에 물러나면 이는 그간 우리 축구판의 거물로 자리해 온 현대가에도 비난의 화살이 꽂히며 현대가 축구왕조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는 1993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우리 축구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잠시 조중연 회장이 취임한 2009~2013년에도 현대 주요 인사들은 남아 협회를 좌지우지했다. 오래 고인 만큼 축구계에선 현대를 비판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만약 카타르월드컵에서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땐 이들의 비판은 더욱 힘을 얻고 확산되면서 축구계에서 정 회장 등 현대그룹 관련 인사들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협회장을 지키고 싶더라도 현대가는 정 회장 다음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내부에선 당초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선거 당일 만 70세 미만인 사람만 회장 선거 후보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한 협회 정관 때문에 회장직에 도전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권 회장은 올해로 만 71세다. 다만 그 사이 협회가 권 회장의 선거 출마를 위해 급히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관을 수정할 가능성은 있다. 권 회장 외에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보는 전망도 많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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