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갑자기 집 현관이 묶였다
中 베이징, 확진자 급증하며 곳곳서 봉쇄
추가 확진자 소식에 '집중격리소行' 위기도
이달 16일, 집에 들어오자마자 봉쇄 작업이 시작됐다. 현관은 두꺼운 잠금쇠로 잠겼고, 빠르게 조달된 쇠파이프와 철판이 주변인의 출입을 막았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지난 16일, 오후 취재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에 위치한 집에 도착했을 무렵, 세 명의 따바이(大白,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을 일컫는 말)와 경비원들이 현관 앞에서 웅성대는 모습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살고있는 아파트 같은 동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거주자 중 밀접접촉자 또는 십혼일(十混一·열 사람분이 한 데 섞인 핵산 시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 사례만으로도 전체를 봉쇄하는 중국에서 확진은 곧 격리생활의 신호탄이다. 뒤이어 거주자 위챗(중국의 메신저) 방이 만들어졌고, 셔취(社區·구 아래 행정단위)에서는 해제일을 알 수 없는 5일의 봉쇄를 통지했다.
작업은 순식간이었다. 십여명의 따바이들이 쇠파이프와 철판으로 입구를 막고, 현관을 두꺼운 잠금쇠로 묶었다. 따바이를 위한 한 칸짜리 간이 화장실과 택배 및 배달 음식을 임시 보관하는 선반도 삽시간에 설치됐다. 흡사 대피소처럼 간이침대가 빽빽하게 놓인 아파트 1층 로비는 따바이들의 숙소가 됐다. 밤 10시를 넘겨 방문한 따바이에게 핵산 검사를 받은 뒤 봉쇄 첫날을 마무리했다.
이달 16일, 집에 들어오자마자 봉쇄 작업이 시작됐다. 현관은 두꺼운 잠금쇠로 잠겼고, 빠르게 조달된 쇠파이프와 철판이 주변인의 출입을 막았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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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집에 들어오자마자 봉쇄 작업이 시작됐다. 현관은 두꺼운 잠금쇠로 잠겼고, 빠르게 조달된 쇠파이프와 철판이 주변인의 출입을 막았다. 좌측엔 관리원들을 위한 간이 화장실이 설치됐고, 노란 봉투안에 든 각 가구의 폐기물은 상자에 담겨 실려나갔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원본보기 아이콘사흘째이던 18일, 셔취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집중격리소로 이동해야 할 수 있으니 짐을 싸라며 가족 중 병을 앓거나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집중격리소는 어디인지, 며칠을 있어야 하는 건지, 내가 밀접접촉자인지를 문의했으나 상대방도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는 결정이 내려왔다는 것을 전달해주는 역할일 뿐"이라며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알아보니 16일 확인된 확진자에 이어 같은 라인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더 발생한 배경이 있었다. 전화를 받은 날은 9살짜리 아들의 생일이었고, 그 밤을 격리소에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베이징 핫라인인 12345에 민원을 넣고 영사부에 밀접접촉의 기준을 문의하는 등 나름 분주히 움직이며 자정까지 기다렸지만, 격리소에 가야 한다는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안 가도 된다는 연락도 물론 없었다).
총 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 동은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다시 5일의 봉쇄 기간이 재설정됐다. 셔취에서는 닷새 치 자가 항원 검사 키트를 배부, 매일 오전 결과를 신분증과 함께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는 지침을 줬다. 모든 키트에는 구분과 기록에 용이하도록 각각 다른 시리얼 번호가 찍혀있었다. 그날 이후 셔취에서는 매일 '각 가구 내 주방이나 화장실의 후드를 켜지 말아라', '변기 뚜껑을 덮어라', '배수구를 막아라' 등 생활 지침을 위챗방에 보내왔다.
가족들에게 지급된 코로나19 자가 항원 검사 키트. 가족수에 맞춰 닷새치를 전달받았다. 매일 오전 검사 결과를 신분증 사진과 함께 셔취에 보고해야 한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원본보기 아이콘옆 동에서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작은 환호가 있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한 명의 확진자로도 아파트 단지 전체가 묶였을 텐데, 당국의 정밀 봉쇄 지침으로 일상을 유지하게 됐다는 기쁨이었을 것. 실제 봉쇄 이튿날인 17일 국무원은 "집단감염 시 밀접 접촉자만 격리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물론 '밀접접촉'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는 상정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기준이었지만, 과도한 방역을 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신호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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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이징 거주자들 대부분은 방역 완화의 흐름을 읽기 어렵다. 통상 72시간 내 핵산 검사 결과만 요구하던 현지 식당들이 일제히 24시간으로 요건을 강화했고, 차오양구 식당은 대부분은 문을 닫거나 배달·포장 영업만 한다. 배달원 구하기도 쉽지 않아 봉쇄 단지에서는 제때 식사를 받기 어려워졌고, 아침에 마트에 주문한 식자재는 저녁이 돼서야 도착한다. 지난 19일 기준 베이징의 확진자 수는 621명에 달했고, 한인이 많이 사는 차오양구가 절반 이상(318명)을 차지했다. 과학적 지침으로 코로나 방역을 완화하겠다는 당국의 발표와 연일 급증하는 확진자 수를 어떻게든 틀어막아야 하는 일선 행정 사이의 괴리는 고스란히 현장의 혼란과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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